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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공연예술 현황과 어린이책을 원안으로 하는 공연작품 제작 사례
관리자 2012-09-05 2,315

어린이공연예술 현황과 어린이책을 원안으로 하는 공연작품 제작 사례

- 이야기꾼의 책공연

 


책을 연극으로 권하는 이유와 상상


 

황덕신 (이야기꾼의 책공연 공동대표)



1. 먼저 드는 질문

 

이번 심포지움은 작품력의 도약 방안으로 창작동화 및 그림책과 어린이 공연예술의 연계를 제안하며 집중 조명해보고자 하는 자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잘 빚은 항아리’에 대한 정열은 오래도록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듭니다. ‘위기’는 어린이공연예술시장에만 나타나고 있는가? 신자유주의는 예술영역과 작업, 예술생태계의 물적 토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지금 여기에서 저기 미래를 향해 갈 때, 그 판은 보이지 않는 손과 수요와 공급을 가지고 있는 자기조정시장일까?

 

비판적 관점으로 보면 신자유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승자독식입니다. 규모의 양극화와 이를 통해 빚어지는 시장과 부의 양극화입니다. 지역 단위를 넘어 전지구적인 체계로 편입시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작품력은 중요한 자산이자 예술작업자가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에는 의구심이 듭니다. 일련의 이런 흐름 때문입니다. ‘시장’과 관련하여 다른 관점과 다른 발견과 다른 상상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며 설립되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문제 또는 과제를 발견하고 해소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사업하는 법인입니다. 전지구적인 수익 극대화가 추구될 때 정작 시장의 공급이 갖추어야 할 소명들은 사라지는 것을 수시로 목격하게 됩니다. 비용 대비 고수익 고효율이 나는 방법과 사업 영역을 택하게 되고 투자도 거기에 맞추어 이루어지게 됩니다. 수요가 필요로 하는 것들, 빈자의 생존과 관련된 안전망 중 시장이 담당해야 할 것들도 비용과 수익 앞에서는 그 후순위에 머물게 됩니다.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향한 노력으로 대가를 얻는 것을 금세 망각하게 되는 이 경주는 지구를 대량 훼손하며 자원을 고갈시키고 낭비와 쓰레기, 빈곤과 결핍을 아주 가까이에도 나란히 공존시킵니다. 그러나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의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다듬어 보고 있습니다.

 

2. 단체 소개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사회적 과제에 예술이 할 수 있는 일로 화답하여 해법을 제안하는 단체이고자 합니다. 복합적인 사회 현상과 과제들로부터 구체적인 질문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합니다. 크게 공연과 교육사업, 2가지 분야로 추진되는 사업 내에는 문제와 관련된 질문과 도전으로 또 세세하게 갈라집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어린이 청소년 예술에 집중하고자 모인 단체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이 참여하고 경험하는 예술이지만 어른이 함께 관람하고 경험하며 완성되는 문화적 교육적 환경을 염두에 둔 예술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를 향한 어른의 참여를 희망하는 예술이기도 하며, 동심을 가진 어린이와 어른을 잇는 작업입니다.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회적 과제는 책 있는 사회와 지역 간 예술향유의 균형입니다. 이에 접근하기 위해 책공연과 교육예술, 찾아가는 예술의 질적 도약을 꾸준히 시도하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시대와 사회를 읽으면서 사회적 문제에 반응하며 그 속에서 구체적인 질문으로 과제를 다시 정의․발견합니다. 이는 작품과 교육물로 구현됩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과제 해소의 화답이 될 수 있는 작품 및 교육예술물의 형식과 내용을 탐구하려고 합니다. 그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문제 해소를 위한 정교하고 밀도 높은 접근법이 되었으면 합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습니다만, 복합적 과제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써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적정기술을 탐구하듯이 이야기꾼에게는 현재 스토리텔링과 연극을 통해 쌓아가고 있는 것이 적정기술인 셈입니다. 소외계층을 찾는 등의 사회적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과제에 대응한 작품 그 자체 교육물 그 자체가 해법으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그 질적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지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질문과 과제, 접근들

 

구체적인 질문을 찾고 간추리다가 세분화되는 일들의 일부를 말씀드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0대 중후반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과 과제들에 대해 포럼씨어터라는 형식을 통해 탐구해 보고 있습니다. 제3세계의 연극인 아우구스또 보알로부터 비롯된 형식을 통해 주체적인 문제 해결의 동기 생성을 돕고자 했습니다. 또한 집단의 창의, 사회적 창의에 대해 청소년들이 맛보게 되길 희망했습니다. 왕따 문제, 직업과 진로와 학력차별의 문제와 관련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극 3편을 각각 다듬어 왔습니다. 계속해서 중학교․고등학교 연령대의 청소년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며 사회적 창의를 매개할 극을 탐구해 나가려고 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는 어린이가 소비물이 아닌 생산적 방식이자 이전과 다른 문화 환경으로 디지털을 다루고 사고할 수 있도록 돕고자 <예술과 기술>을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기술은 어른과 어린이가 ‘과정의 연극’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어린이의 참여를 통해 양 세대가 모두 미학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단초를 발견했습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동화극 및 디지털 융합극에 대한 창작의 이유입니다. 2개의 극을 통해 진화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놀았던 힘으로 오늘을 산다.’라는 말은 질문으로도 이어집니다. 놀이로도 빛나는 순간을 빚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다만, 이야기꾼의책공연은 연극과 이야기가 매개이므로 예술을 만나는 놀이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생태 환경과 관련된 질문은 그와 관련된 작품과 교육물을 탐구하도록 했습니다. 숲에서 숲이라는 예술과 자신이라는 예술을 십대가 발견하도록 돕고자 하는 작업도 탐색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작품이나 교육예술물의 형태이기 보다는 문화예술교육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에서 어린이의 시민권과 문화권에 대한 질문을 이어오고 있듯이 아기의 시민권과 문화권에 대한 질문은 아기연극을 탐구하고 창작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 집중점. 책 있는 사회

 

그 중에서도 현재 집중하고 있는 사회적 과제는 책 읽는 사회입니다. 스스로 책읽기가 발동 걸리도록 돕는 예술. 도서관을 예술로 만나기. 책과 도서관을 잘 권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초점은 찾아가는 예술의 질적 도약입니다. 지역 간 문화 불균형에 대해 예술이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구하고자 합니다.

 

문화 자본 양극화, 이로 인한 문화 자본 시대의 기회와 가능성의 배제. 계급의 고착화 가속. 리터러시(해득력)의 실종과 새로운 구전의 시대. 정보는 다양하나 지식은 분절되었고 복합적 양상이 혼재한 복잡계에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미지로 소비할 때 드러나 버리는 새로운 문맹의 등장. 참여와 합의, 이를 통한 갈등의 조정 등 시민사회의 근간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청사회에 머물 것인지 창조사회로 도약할 것인지, 지식소비사회일 것인지 지식창조사회일 것인지에 관한 질문도 존재합니다.

 

한국사회 성장 동력의 커다란 장애이자 가장 극심한 문제 중 하나는 지역 간 불균형입니다. 도농뿐만 아니라 도시 내에도 대도시의 자치구간에도 존재하는 문화 격차 또한 심각하게 존재합니다. 자연부락과 군 단위 중심지와의 거리는 차량이 없이는 이동하기 어렵습니다. 군 단위 중심지 정도는 되어야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반이 있습니다. 자연부락 내 어린이들은 그 숫자가 적거나 몇 개의 자연부락을 합쳐야 분교 하나를 유지할 정도가 될 때도 있습니다. 조손가족, 한부모가족의 비율도 빈번하게 봅니다. 10명 내외의 어린이가 있는 부락은 찾아가는 예술이 닿지 못합니다. 성장기와 청년기를 예술과 접함 없이 지내는 어린이가 21세기에도 부지기수입니다.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중소도시의 삶 또한 훼손을 겪는데 문화환경 좁게는 예술환경은 더 극심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이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거나 사회적 투자로도 그 적절한 때를 놓쳐 실패하게 되는 일을 허다하게 만듭니다.

 

이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책과 도서관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스스로 배움을 구하고 등 비빌 언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며 인간과 자연과 세계에 대한 폭넓은 맥락을 탐사할 수 있는 원동력. 경제적 양극화에도 찾을 수 있는 문화자본의 축적소이며 도보 가능한 거리의 생활 내 복합문화예술공간이 될 수 있는 도서관.

 

예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깊은 인상과 열린 구조일 것입니다. 풀꽃 속의 우주인 어린이와 빛나는 순간을 만나게 하기.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과 링크될 것이며 책을 잘 권하는 예술은 다시 각각의 어린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과 책 사이를 링크 걸도록 돕는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동화책을 연극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거기에 있고 해소 방안이 여기에 있으므로 지금의 로도스에서 뛰려 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야기꾼이 어린이책을 원안으로 연극을 창작할 때의 초점, 목표, 책을 고르는 방법, 고려해야 할 사항, 장애요인과 제약 조건 등이 달라집니다.

 

4. 책공연

 

1) 초점

 

무엇보다 우선 초점 중 하나는 책을 잘 권하는 형식과 내용입니다. 두 번째는 찾아가기에 적합하면서 찾아가더라도 그 질적 수준이 높고 찾아가는 예술 그 자체의 형식과 내용입니다. 이 두 가지 초점은 연극을 만들 때 장애와 제약조건으로 작용하여 가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한하게 됩니다. 그 제한에도 불구하고 해당 작업을 택하는 이유는 앞서 밝힌 사회적 과제와 그에 대한 화답이 초점이기 때문입니다. 작업에 함께 하다 보니, 현재까지 느끼게 된 것 중 하나는 적어도 두 가지 초점이 서로를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찾아가기에 적합한 연극은 많은 것이 비어 있어 채워지는 연극입니다. 적절한 조명도 무대도 없는 곳이 허다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연극이 펼쳐질 곳은 바로 몇 분전까지 어린이들이 놀고 공부하던 곳이며 때로는 가정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세트를 세우거나 대도구를 세울 수도 없고 특별한 무대 장치가 동원될 수도 없습니다. 방금 전까지 일상생활이 있던 곳에서 펼쳐지는 연극입니다. 부차적으로는 기동성, 효율성 같은 요소도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이 펼쳐지던 곳을 연극적 공간과 시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배우와 관객을 많이 의지하게 됩니다.

 

찾아가는 그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무엇일까요? 찾아가더라도 그 질적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형식과 내용은 무엇일까요? 이야기꾼의책공연이 만나게 되는 초점이자 질문입니다. 신체극, 마임적 요소, 광대극적 요소, 재담극적 요소, 인형극적 요소, 오브제극적 요소, 탈극적 요소 등을 두루 탐색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연주되는 라이브 음악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소도구와 오브제, 배우의 신체와 연기, 관객과의 상호작용만으로도 일상 공간을 연극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 현재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탐색 영역입니다. 이 때 관객이 생각하고 상상하며 참여하지 않는다면 드라마의 약속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물을 마시러 밖으로 나갈 수 있고 화장실에 갈 수 있으며 친구와 어른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신호를 보내어 극의 흐름을 깰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게임을 할 수도 있는 공간. 그러나, 어린이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배우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는 바다를 따라 오며 함께 바다를 상상합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연극은 땀방울이 떨어지는 치열한 예술노동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관객이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극이기도 합니다.

 

책을 잘 권하는 연극은 어떤 것일까요? 관극 이후에 스스로 즐거워 책과 책 사이를 링크거는 책읽기가 시작되려면 연극은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요? 스스로 즐거워하며 접근하는 책읽기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꾸준히 던지는 질문입니다.

 

무한경쟁사회, 논술과 관련된 지나온 시간의 입시제도, 독서이력제, 입학사정관제 등과 연관이 있어서일까요? 집집이 비치되어 있어야할 것같은 전집류 서고와 관련이 있을까요? 어린이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까를 궁금해 하며 빨리 읽는 경향이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방식으로 책을 맛나게 읽는 것이 아니라 ‘빨리 압축적으로 요점만 뽑아내어’라는 명령어가 사회 전반적으로 존재하는 것만 같습니다. 자신과 잘 맞는 한 권의 책을 만나는 일은 다양한 장르의 미디어물과 인생과 인간과 역사와 자연을 사유하게 되는 첫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문해 봅니다. 기억나는 한 문장, 한 장면이 있던가요? 예술은 개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이 개개인마다 세밀한 차이들이 있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녀의 그림에서 어떤 이는 풍경에 찔림을 당하고 어떤 이는 추억을 또 어떤 이는 지난 이야기를 소녀의 눈망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 어떤 이는 그 순간은 모르다가 특정한 순간 지나온 예술이 하나로 발화되는 화학적 순간과도 같은 때를 만나기도 합니다. 사랑을 겪기 전에는 사랑에 대한 무수한 글과 노래, 그림들은 그저 그럴 뿐이라 여깁니다만 한 순간에 존재를 덮쳐오게 되는 때를 만나게도 됩니다. 예술에 찔렸던 울림은 그렇게 잠복하고 있다가 다양한 경로로 존재와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잘 권하는 연극은 정독 精讀, 미독 味讀과 닮아 있습니다. 때로는 책 한 권 전체를 읽지 않더라도 마음과 만나는 한 문장을 오래 두고 곱씹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소리가 노래가 촉감이 맛도 내음도 향기가 맥락이 숨어 있습니다. 독자에게 눈앞에 보여 지는 것은 스토리이겠지만 그 뒷면에는 풍부한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그 상상 속으로 떠나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지식은 정보와 맥락을 교차시키며 자신의 관점과 지식을 만들어갈 때입니다.

 

찾아가는 연극과 책을 잘 권하는 연극은 여기서 만납니다. 예술가는 빛나는 순간을 빚고 관객은 함께 상상하여 참여하며 미독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듣기와 읽기, 이야기 구축을 합니다. 술렁술렁 결말이 어찌될지 메시지가 무엇인지 빨리 알아채야 하고 정답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아니게 됩니다. 어떤 어린이는 이야기 그 자체보다 아름다운 장면에 탐닉할 수 있습니다. 재미는 아름다움의 여러 갈래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습니다만 일산의 웃는 도서관에서 시인 김소연과 어린이를 만날 때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밥상을 닮은 낮고 너른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책들이었습니다. 시인이자 도서관의 설립자이며 관장인 김소연님과 웃는 도서관의 많은 자원활동가 분들이 책상 위에 함께 놓아주었던 것은 그 달의 주제와 그에 얽힌 맛깔난 말이었습니다. 슬픔이라는 주제는 10권 내외의 책에서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그 때 김소연 시인이 들려주었던 말입니다. “어린이들마다 다르게 책을 택하여 읽어나갑니다. 마치 이 책과 저 책 사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링크걸어가듯이...” 유태인의 도서관에서 만나는 풍경은 떠드는 도서관입니다. 한 권을 놓고 몇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토론을 주고받습니다.

 

2) 다수의 시간

 

책공연 1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찾아갈 수 있는 완본의 초연작이 나오는 데는 평균 4~5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초연 전에 어린이와 가족, 도서관 사서, 학교 교사, 연극인, 시각작업자 등 다양한 분야를 초청해 듣는 쇼케이스를 가집니다. 본격적으로 찾아가기 전 피드백을 받고 수정 보완하기 위해서입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내외부 쇼케이스를 2주 단위로 개최합니다. 역시 피드백을 받습니다. 집단의 창의에 의해 다양한 시각으로 우려되는 점과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방법입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공동창작 공동연출 방식을 주요한 방향으로 택하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 외부작업자와의 협업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만, 이와 같이 공동개발 방식을 택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사회적 협동조합방식으로 운영되는 공동체 법인입니다. 협동조합과 다른 방식은 가입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입니다만 자발적인 조합원 제도와 유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근대 이후 분절화된 체계로부터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작업자의 작업으로의 전환이 어린이예술의 질적 도약에 맞다고 판단해서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적 과제와 어린이에 명민하게 교감하며 시대와 교육․예술을 읽는 눈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야기꾼은 배우이자 교사이며 교육을 예술이자 작품 활동으로 여기며 작업할 것을 요청받습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빛나는 순간을 제공하고 틔우며 판을 마련하며 대화하는 것. 교육을 대하는 이야기꾼의 방식입니다. 연간 250회 가량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 때 만난 어린이들과 책들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 작품을 만드는데 반영됩니다. 즉, 작품을 만들 때의 핵심 역량이 되는 셈입니다. 교육과 작품 및 공연 활동이 따로 있지 않고 상호 작용하게 되는 셈입니다.

 

3개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 작품 중에는 작업을 일단 멈추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크고 작은 쇼케이스를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거쳐 시도된 많은 연극 중에서 소수의 작품이 살아남습니다. 작업이 멈춰진 작품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연중 계속해서 도전하게 됩니다만 일과 이후 시간들에 작업자의 끈기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지금 현재의 역량과 상황으로 볼 때 책공연이 될 수 있는 책이 있고 없는 책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책을 잘 권하는 형식과 내용이 되는지, 찾아가는 연극의 형식과 내용으로 각색이 되는지, 관객이 상상하며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의 초점과 이로 인해 비롯된 제약 조건을 넘어설 수 있도록 돕는 책이 있고 그렇지 못한 책도 있기 때문입니다.

 

3) 책과의 만남

 

겨울이 오면 새로운 책을 선정하고 새로운 작품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책을 잘 선정해야 되는 이유는 그 안에 찾아가는 책공연이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싹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선인 다른 기준들이 있습니다.

 

먼저 시대와 과제와 흐름을 읽고 질문들을 벼립니다. 작년 연말에 터져 나온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해 안된 중학생들의 자살 소식들은 그간 가져왔던 질문에 불을 붙이게 됩니다. 압력사회. 튕겨나가는 어린이나 튕겨내는 어린이나 다 이 압력밥솥같은 사회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오던 터였습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어린이 청소년 환경에서 여러 가지 징후가 발견되고 있었습니다. 왕따․폭력․개인화․매니저 엄마는 개개인의 문제 이전에 구조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집단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연습을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매 프로그램 및 상연 후 피드백을 통해 나눠오던 이야기를 확대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을 만나고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 모여 질문을 벼리고 생각을 다듬어 문제를 재발견 정의하는 수다모임을 여러 차례 가지기도 했습니다. 기획진의 이런 움직임과 작업자들이 읽는 과제가 만나졌습니다. 비교적 많은 시간을 보낸 터라 토론이 지난하게 펼쳐지지 않아도 기획자와 작업자가 시대를 읽는 관점은 다양하지만 항상 만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2012년은 말썽장이들을 발견하는 연극을 보여주고 싶은 흐름이 생겨났습니다. 또 한 편에서는 세상 무엇보다 신나는 것은 친구임을 말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창단부터 계속해서 다뤄왔던 지구 환경 과제에 대한 은유적 이야기도 도전해 볼 책이 되었습니다.

 

수익이 최대화되는 ‘시장’을 염두에 두고 홍보 및 마케팅 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좋은 방법은 베스트셀러를 택하여 각색하는 것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보았고 들었을 법한 책을 택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질문을 떠 올리며 다양한 어린이에 맞게 책을 권하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작업자가 읽어 낸 사회적 질문과 같은 요소 외에도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됩니다.

- 가르치려는 메시지가 강한 책보다는 은유적 메시지가 녹아 있는 책

- 재현이나 사실 위주보다는 상상과 모험, 탐험과 탐색을 부르는 책

- 오감의 요소와 내러티브가 풍부한 책

-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 어른의 시각으로 개연성이 있는 것만을 쫓지 않고 어린이의 마음 어린이의 시각으로 개연성이 있는 것을 탐구

- 사실적인 그림과 표현보다는 좀 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표현을 담고 있는 책

- 대상과 공감대, 이야기의 확장성이 있는 책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그 외에도 어른의 눈으로 미리 재단되어 희망적인 것보다는 자주 배제되기 십상인 비극, 슬픔, 화남, 짖궂음 등 다양한 감정과 다양한 미학적 정감을 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숲과 강, 생물들, 자연을 직접 만나는 것이 더 좋은 것들은 자연 속에서 극을 펼치는 방향으로 염두에 두고 있으나 본격적인 극화로는 아직 시도하지 않고 숲이야기꾼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과정을 밟아 보고 있습니다. 사건과 드라마, 강약을 가진 서사를 택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호기심이나 상상, 탐험과 탐색의 동기를 부르는 책이 가진 특징이겠습니다. 때로는 책 속에 잘 드러난 어린이의 특성에 주목하기도 하고 놀이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경험적 측면에서 보면 책 읽어주기 (읽기가 아니라 주기), 참여연극, 교육프로그램 등 어린이와의 활동 과정에서 읽게 된 질문과 흐름도 고려 요소가 됩니다.

 

책의 형식적 측면에서도 그림책이 보다 선호됩니다. 그림책은 압축된 문장, 시적 표현이 상상과 미적 체험을 보다 부르고 문장과 문장 사이 글과 글 사이 풍부한 내러티브가 숨겨져 있어 발견하는 재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발견하고 상상하며 재정의하고 교차편집하여 자신의 정보와 지식, 관점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책읽기를 잘 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만의 관점은 떠드는 도서관을 통해 대화가 이루어지며 다양한 관점을 해득하여 사회적 시야로 나아가게 될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유아용 책 미취학 아동용 책으로만 여겨지는 그림책이 줄거리와 반전 위주로 후딱 읽어야 하는 책읽기도 다른 방향으로 틔워줄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사견을 보태자면 그 책읽기는 참 맛있습니다. 멀티미디어 시대, 디지털의 시대의 미독을 잘 권하는 첫 출발 책으로 그림책을 주로 택해보고 있습니다.

 

4) 과정과 제약조건들

 

반상근 3명을 제외하면 총 17명이 함께 있는 단체입니다. 매해 아기를 선물 받는 작업자가 있으니 대략 16명이 한 명마다 몇 권의 책을 들고 옵니다. 그리고는 떠오르는 영감, 요즈음 시대에 품게 되는 질문, 무엇보다 만나 왔던 어린이들을 떠올리며 이야기와 토론을 몇 차례 나누게 됩니다. 그리곤, 최종 책을 3~5권 정도 정하게 됩니다. 각 책 별로 작업자들이 다시 헤쳐 모이게 되고, 1작품별 3~4명 정도의 배우작업자가 자발적으로 꾸려지게 됩니다. 시각작업자, 기획자를 제외하면 11명의 배우작업자가 3모둠에서 4모둠을 이루어 책공연 창작에 들어가게 됩니다.

 

책을 몇 차례 숙독하며 그림 한 장 속에서 여러 가지 상태와 사건을 발견하고 캐릭터를 분석하며 문장의 맥락과 상태, 한 문장에 들어 있는 사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이야기와 오감 요소를 발견합니다. 여러 차례 낭독해 보며 축척과 흐름과 강약, 뼈대와 복선 등에 대해 이해해 봅니다. 통시적 공시적 자료들을 찾기도 하고 작가의 말과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기도 합니다.

 

책을 잘 권하는 연극이라는 초점이 있기에 책 속의 이야기는 훼손됨이 없이 다루어집니다. 책의 문장을 잘 살리고 책의 그림을 잘 살리지 새로운 문장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그림을 넣지는 않습니다. 관극이 끝난 후 어린이들이 다시 책을 찾게 되는데 이 때 보다 상상력을 가지고 그 책을 읽게끔 돕고자 함이 우선이므로 극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책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이 점이 연극을 창작할 때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극화에 유리한 방식으로 연극적 문법에 더 맞는 방식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드라마투르기를 포함해 대부분의 책은 대본이 되는 과정에서 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제약조건을 뛰어넘어 극으로도 완성도를 높이며 책을 잘 권하는 초점과도 맞추는 일은 자주 충돌합니다.

 

세트나 대도구, 특수효과나 조명, 무대 장치에 기댐이 없이 화려한 스펙타클에 기댐이 없이 음악 연주를 포함한 배우에 의해 펼쳐지는 예술이며 관객이 상상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몰입하는 연극. 찾아가는 책공연은 이에 따라 배우의 숫자,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것의 한계, 역할 전환과 배우 동선 상의 제약 조건들이 따라 붙습니다. 책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찾아가는 연극으로는 표현되기 어려운 이야기들과 장면들이 있습니다. 미리부터 이런 책들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만, 지난 4년간 도전했다가 극화를 일시 보류한 책들에는 이런 요소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래도 도전을 멈추지는 않습니다.

 

음악과 의상은 찾아가는 연극의 형식과 내용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노래와 연주곡을 창작하고 편곡하거나 다양한 리듬을 찾아 패턴화하여 극이 펼쳐질 때 실시간으로 연주하거나 노래하려고 합니다. MR을 포함하여 음악은 상상력과 서정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소화되지만 소품과 오브제도 극을 펼치는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합니다. 오브제로 놀기, 오브제에서 상상 펼치기 등 다양한 오브제를 탐색하고 움직이는 양태와 형질, 질료들을 자주 파악하려고 합니다. 소품 및 오브제, 소도구는 시각작업자이자 음악작업자이기도 한 작업자와 함께 배우작업자가 직접 만듭니다. 여러 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를 실험해 보고 수정해 나갑니다.

 

때에 따라서는 책 그대로를 생생하고 풍부하게 살아나게 하는 초점과 찾아가는 제약조건에 얽매임 없이 작업하면 어떨까 싶다가도 책공연이 집중하는 과제와 이와 같은 탐색이 서로 잘 맞다는 것을 그간의 공연에서 책을 찾는 어린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기에 제약조건을 일종의 도전과제라 여기고 계속 탐구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야기꾼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를 가지고 접근하는 어린이 청소년 극에 대한 작업 또한 병행하면서 말입니다.

 

5) 공연과 참여

 

많은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는 시대와 다양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해마다 만들어내는 책공연은 이야기꾼의 살아 있는 책장 같은 것이라고 가끔 표현해 봅니다. 다양한 어린이들과 만나는 다양한 순간을 잘 빚기 위해서도 그렇고 이야기꾼의책공연에 소속된 작업자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예술에 집중하고자 하는 (아르바이트나 잠깐 양념과 외유처럼 해 보는 게 아닌) 젊은 작업자들을 맞이하고 성장시키며 더 많이 지원하고 연대하고 때로는 품을 수 있기 위해서는 우수한 작품들이 다수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이 점은 ‘시장’의 논리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편의 연극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한 달 이상의 장기 상연 또는 한 작품의 잇단 순회상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작업자는 한 달에 서로 다른 작품 2~3편을 올립니다. 배우작업자로써의 교육, 교육예술을 위해 교육시나리오를 쓰고 소품을 만들어 연습하고 작품 상연을 위한 연습도 합니다. 1일에 보통 2~3개의 작품과 교육물을 연습하고 발상하며 회의하고 교육시나리오를 쓰는 셈이 됩니다. 1편의 작품을 1회 상연하기 위해서는 2~3일 정도의 사전 연습이 별도로 또 필요합니다. 찾아가는 연극을 개최하면서 어린이와 만나가면서 계속 수정 보완하려는 의지들이 강하므로 여기에 2일 이상의 수정 작업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책공연은 30분~40분 이내의 시간 동안 어린이와 만납니다. 어린이에게 자리에 앉아 몰입하며 극을 볼 것을 제안할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랜 동안 자리에 앉지 않고 움직일 수도 있고 몰입할 때는 또 몰입하게 하는 극적 형식에 대한 탐구도 물론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이와 별도로 30분에서 40분 사이의 시간은 흐름을 위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책공연은 책을 잘 권하기 위해 마련된 연극이므로 첫 단계로 풀기를 하고 두 번째 단계로 놀이를 하며 그 다음에 책공연이 열립니다. 때에 따라서는 책공연 후에 자기 표현이라는 단계에 맞는 프로그램이 붙기도 합니다. 풀기-놀이-몰입(표현). 셋, 또는 네 단계의 나선형 리듬을 고려하고자 한 것입니다. 놀이는 책 내용이나 책의 특징과 관련된 놀이이거나 연극에 주로 쓰인 특징과 놀이와 관계가 있습니다. 해설이 있는 마임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으며 신체극 요소를 잘 살린 연극은 신체표현놀이를 합니다. 풍물이 쓰이거나 입말에 우리 장단이 잘 살아 있는 책은 장단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박물관 관련해 최근 이십여 년 간의 흐름을 보면 'hands on' 'minds on' 'hearts on' ‘Feels on' 이라는 단어들이 주되게 등장합니다. 어린이 관련 예술에서도 참여는 중요한 열쇠말이 되고 있습니다. 참여. 자기 주도. 연극에 있어서는 어떻게 구현되는 것일까요? 출판과 독서양태에는 어떻게 반영되는 것일까요? 시장과 관객은 어린이연극에 어린이의 직접 참여 요소가 있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런데 책을 잘 권한다는 것과 참여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요? 연극을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경험하는 방법은 어린이들이 무대에 나가거나 배우와 어린이들이 극 중간에 함께 노래를 부르는 방법 밖에 없을까요? 이야기꾼의 책공연도 물론 참여라는 단어가 잘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한 어린이 문화시설 및 프로그램 관련한 가장 최근의 경향은 ‘hands on을 넘어 보다 마음으로!’입니다. 이는 노작교육의 실체 핵심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교육, 미적 체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맛있게 음미하며 잘 읽고 인생을 움직이는 한 문장을 만나거나 한 장면을 만나는 일은 독자가 자신과 인연이 맞는 책을 만나 마음을 움직이며 주도적으로 상상하여 책을 읽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려봅니다. 책을 잘 권하는 연극, 찾아가는 연극, 관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연극은 그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꼭 무대에 관객이 올라오거나 함께 노래 부르지 않아도 관객은 배우와 함께 공간과 시간을 바꿉니다.

 

5. 작업자들 사이 이야기. 잘 빚은 항아리와 21세기

 

직접 참여와 화려한 세트, 노래와 춤, 특수효과와 무대장치, 스펙타클을 요청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간간이 들려옵니다. 어른의 눈은 아닌가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강력히 요청되는 이유는 근대와 시장의 실패로부터 비롯된 연성전략, 소프트 전략에 대한 갈급과도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미적 체험과 안목에 대한 경험, 문화자본의 생성과 축적은 사회를 조금 다른 체계로 진입하게 하는데 중요한 키워드가 되며 갈등과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 아기도 스마트폰을 다룰 줄 아는 시대에 제공되는 다량의 이미지는 오히려 상상력을 제한시킵니다. 재현만이 회화의 중요한 미덕이 아님을,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상상할 수 있는지 어떤 맥락을 담을 수 있는지가 시각적 이미지의 울림을 만든다는 것이 이해된다면 스펙타클의 사회에 대한 반성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과연 원했던 것은 그것이었을까요? 수요에 대한 왜곡이 ‘시장’과 시스템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잠깐 바깥으로 더 빠져 보겠습니다. 두 번째는 문화 민주주의와 문화의 민주화입니다. 그 동안 문화복지 및 문화권과 관련된 논의 중 정책적 쟁점 하나는 문화 민주주의와 문화의 민주화였습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이 누구에게나 용이해야 하며 모든 사람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문화향수권이 신장되고 이에 맞는 정책들이 펼쳐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화의 민주화란 문화적 직접 참여를 다수 만들어내는 정책들이 펼쳐져야 한다는 의미로 압축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때, 예술의 수월성, 오늘 심포지움에서 말하는 작품력에 대한 논의는 여기에 빠질 우려가 높습니다. 물론, 커뮤니티아트, 새장르공공예술 등의 조류에서는 오히려 직접 참여하고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가 예술이며 이 또한 개념과 생각에서부터 이미 놀랍거나 아름다운 통찰을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공공재원이 투여되는 작품이나 작업의 수월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지표를 마련한다는 자체가 혼선과 어려움이 있고 작업자나 정책실무자 모두에게 난감한 일이겠습니다. 그러나, 지표와 체계, 절차를 만들어내고 수정하고 합의하고 상상하며 토론해 보는 이 과정의 경험이야말로 하청사회에서 창조사회로 가는 정책의 중요한 기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문화와 관련된 복지망, 안전망이 더 촘촘하게 짜여져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실패와 실험․도전을 통한 인큐베이팅, 예술의 수월성秀越性 을 향한 꾸준한 시도를 지원하는 일 등 질적 도약과 시도를 위한 정책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양적 다수의 향유라는 관점만이 존재할 뿐이지 않나 싶습니다. 즉, 정책적으로 작품력에 대한 지원은 방향도 균형도 경험도 못 찾은 상태에서 양적 분배라는 구호만이 우세하는 징후를 최근에 느낍니다.

 

한편, 다양성의 심화 확대 추구 방향과 다르게 양극화 어린이들이 맞이하게 되는 예술환경은 오히려 단순화 획일화되거나 몇 개의 소수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되는 걸 보게 됩니다. 시장이라는 관점으로 보게 되면 산업화 영역에 속하지 못하는 예술 영역은 어린이 청소년들의 문화환경 내에서도 부재하기 쉽습니다. 문화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시스템 또한 신자유주의 시장의 특징과 무관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는 다시 다양성의 심각한 침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정책과 시장을 보며 작품력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 실험과 실패를 통해 즐겁게 성장할 수 있는 전망과의 불일치가 계속되리라 예감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비단 공연에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출판계는 어떨까요? 학습물과 주제학습 시리즈와 대비되는 창작시장. IMF, 금융위기 등 시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경향을 목격하게 됩니다. 작품력과 관련해 시장 외에는 다른 상상을 할 수는 없을까요?

 

6. 생각과 상상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지난 4년째 이어오고 있는 책공연 만들기의 이유와 과정을 거칠게나마 적어보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작품력을 만드는 연대와 관련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제약 조건과 한계가 있는 책공연 만들기가 ‘시장’을 우선 순위 염두에 둔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어떤 영감과 교감과 토론을 주고받게 될지 아직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만, 시장을 돌파할 작품력이 아니라 사회적 과제를 해소할 작품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적 과제를 해소하는 작품력은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들의 작은 사회적 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과제를 해소하기 위해 집중하는 다양한 접근 경로와 활동이 있을 것이며 이것은 비단 예술을 떠나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역으로 이러한 연대는 작품력을 만들어 냅니다. 이 때 만들어지는 작품력은 압도적인 한 작품이 아니라 다수의 시도, 다양한 가치를 지니는 다수의 작품이 될 것입니다.

 

통시적으로 책과 연극만큼 어린이 예술을 탐구해 온 영역이 있을까요? 한국 사회에서 장르로는 만화가 있겠습니다만, 만화는 역으로 어린이용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쓰고 그 확장성을 위협받아 왔습니다. 이는 연극에도 적용되고 그림책과 동화에도 적용됩니다. 동시와 동요도 그럴지 모릅니다. 여기에는 어린이 예술이 어른이 보기에는 유치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치관의 핵심에는 어린이를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육에서의 진화된 핵심은 어린이를 영적 존재로 보는 것이며 고유 존재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른이 어른의 시간을 살아가듯이 어린이도 어린이의 시간을 살아갑니다. 어린이예술에서 함께 보았으면 하는 대상을 어른, 혹은 가족으로 보는 이유는 어린이의 문화 환경과 예술 환경의 주요한 권력과 장애요인으로 어른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부모와 예술가가 함께 교감하며 더 나은 생산물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간간이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다른 동네의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도 싹트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내 아이가 아닌 마을의 아이, 지구의 아이. 생산과 순환과 돌봄이 공존하는 시장. 책과 연극이 만나는 이유가 아닐까 제안 드려 봅니다.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의 민주화, 예술의 수월성이 만나는 곳입니다. 그 안에서 20대 청년 작업자들의 희망과 전망도 싹틀 수 있을 것이고, 생산과 향유, 생비가 새로운 작업물로 도약하는 일도 부지기수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실 수 있는 이야기이겠습니다만 다시 써 보면 협동조합의 7대 원칙은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4) 자율과 독립 5)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6) 협동조합 간 협동 7)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산물의 질적 도약에 대한 탐구와 협업을 또 하나의 가치로 추가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요? 생산물의 질적 도약에 대한 탐구와 협업은 실은 다른 말로 어린이를 함께 돌보는 예술의 성취와 다름 아니라고 설명 드려 봅니다.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모여 사회적 경제를 일궈나가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한 상상과 이를 위한 연대는 어떨까요?

 

더 나은 생산물을 향한 문화예술영역에서 협업과 협동의 지향은 소비자가 그 주체로 생산에 참여하고 전문가와 협업하며 그 기반이 탄탄해지고 다양한 생산물이 창작되는 경향을 보이리라 예감해 봅니다. 이는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와 경영 등에 관한 학습의 동기 부여와도 궤를 같이 할 것입니다. 모두가 주인인 협동조합은 오래갈 것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의 정책화 과정에서 새장르공공예술의 전개 과정에서 마을만들기와 예술의 결합 과정에서 예술을 매개로 한 부드러운 참여와 부드럽게 주인으로 나서는 경험과 싹을 보게 됩니다. 협동조합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주인으로써의 조합원과 관련된 지점이 예술을 접점으로 사회와 접속할 때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7. 협업과 협동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 토대, 예술의 전개사를 볼 때 꼭 적절하지는 않습니다만, 과거로부터 하나를 끄집어 다른 상상을 펼쳐본다면 중국의 소설과 연극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서유기나 중국의 사대기서를 비롯한 장편 장희소설들은 이야기꾼의 공연 양식을 책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형식을 성립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꾼 특유의 어투와 장편 줄거리를 나누는 기술을 발전시킨 공연예술은 현실의 사건들과 대화를 생생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대중성과 판타지를 증폭시키는 형태를 취합니다. 그 당대의 소설은 읽는 연극이기도 했습니다.

 

연극이 끝나면 책을 보러 달려 나오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달려 나가는 어린이를 자주 보게 됩니다. 어린이예술이 다양해지면 질수록 환경은 더 촘촘해지고 출판물도 창작동화도 다양해질 것입니다. 베스트셀러의 극화가 아니라 베스트셀러의 출판화가 아니라 다양한 작품과 지역 기반의 다양한 활동이 전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본이 우위인 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계속해서 규모의 경제를 취할 것이며 양극화를 심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는 종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말살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작품력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다수 만나게 될 가능성을 떨어뜨려 나갈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과제에 함께 대응하며 상부상조하는 협동. 온 마을이 어린이를 돌보는 것처럼 책과 연극은 그렇게 만났으면 어떨까 합니다. 이 협동에는 잘 빚은 항아리에 대한 열망과 이해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작업자가 그렇고 향유자가 그렇고 생비자가 또 그렇고 사업하는 이들이 그런 동네라고 상상해 본다면 단순화된 낭만일 뿐일까요?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찾은 단서와 성취는 때론 미약하고 과정일 뿐입니다만, 사회적 과제와 만나는 책과 연극의 힘은 더 큰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봅니다. 그럴 때면 제휴나 계약의 관계, 윈윈이라 일컬어지는 상업적 관계 이상의 시장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건, 접속점, 협업과 연대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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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 7월호 아시테지 창설 30주년 기고글1 [한국 아시테지의 창설-1982년 6월12일 그로부터 30년]글_김의경
책, 연극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