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2월이나 3월 초에는 어린이들이 볼만한 공연이 많지 않다. 이와 반대로 이 시기에 공연하면, 공연장에 찾아오는 관객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노원역 근처 노원어린이극장에서 흥미로운 뮤지컬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극단 ‘해의 아이들’은 2026년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노원어린이극장에서 뮤지컬 <헨젤과 새엄마>와 <거울을 깬 왕비>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은 극단 ‘해의 아이들’과 노원어린이극장이 공동으로 기획하였고, 첫 번째 작품은 <헨젤과 새엄마>였다. 원작은 ‘헨젤과 그레텔’이었으며, 오준석이 각색하고 조선형이 작곡하였다. 두 번째 작품 <거울을 깬 왕비>는 원작이 ‘백설공주’였고, 유자홍이 각색하였으며, 김승진이 작곡하였다. 이 두 작품에 출연한 배우는 유정민, 김성현, 김유민이였고, 현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피아니스트는 김승진이었다.
새엄마와 마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수정하기 : <헨젤과 새엄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새엄마의 성격은 원작과 달랐다. 재해석한 초점은 재혼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여 새엄마를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는 점이었다. 서사의 동기는 헨젤의 동생 그레텔이 충치를 앓고 있었다는 점과 새엄마도 입 냄새가 심해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소금치약을 구하는 것인데, 그것은 숲 속 마녀에게 있다고 설정하였다. 그래서 헨젤과 새엄마는 함께 손을 잡고, 소금치약을 구하러 위험과 고난이 예상되는 숲속으로 떠나 모험을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뮤지컬의 반전은 새엄마와 헨젤이 숲속에 가보니 마녀는 원작에 나오는 성격이 나쁜 인물이 아니라 폐지를 줍는 착한 할머니였다는 데 있었다. 이렇게 원작 동화의 인물을 재해석하여 선입견이나 고정 관념을 성찰하게 하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착한 할머니가 마녀라는 소문은 오해였거나 가짜뉴스였다. 마녀로 알려진 숲속에 사는 할머니의 실체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서 대자연의 회복을 돕는 긍정적인 인물이었다. 이 뮤지컬에는 그레텔의 충치와 새엄마의 입 냄새를 고칠 수 있는 소금치약이란 아이디어도 재미있었는데, 이런 설정 외에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더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공연의 서사와 갈등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만들었기에 관객의 흥미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었다.
뮤지컬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하는 대목이 설계되어 있었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원작과 이 공연이 어떻게 다른지를 물어보았다. 어린이 관객들은 손을 들고 이런저런 차이를 대답하였다. 처음 손을 든 어린이는 “오늘 공연에는 헨젤과 그레텔이 감옥에 갇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어린이는 “이 공연의 주인공은 헨젤과 그레텔이 아니라 헨젤과 새엄마”라고 했고, 세 번째 어린이는 마이크를 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녀의 집은 과자집이 아니라 쓰레기집이었어요.” 어린 관객은 할머니가 과자가 아니라 쓰레기를 모아서 집을 지었다고 설명하였다. 네 번째 어린이는 “새엄마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 착한 사람, 예쁜 사람이라고 했고, 새엄마는 희생할 줄 알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파악하였다.
뮤지컬 <헨젤과 새엄마>은 공연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공연 후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는 어린이 관객의 생각을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교육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거울을 깬 왕비>
<거울을 깬 왕비>는 샤를 페로가 지은 <백설공주>를 유자홍이 각색하고 김승진이 작곡한 뮤지컬이다. 이 작품에서도 등장인물의 성격을 재해석하였는데, 먼저 ‘백설공주’가 왕비에게 조언하는 당찬 인물로 설정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거울이라는 타자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는 백설공주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왕비가 백설공주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앞으로는 남의 말에 흔들리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거울을 내던져 깨는 장면 또한 극적이고 통쾌했다.
그리고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위태로워진 순간 왕자가 나타나서 키스를 하지 않은 대목도 흥미로웠다. 다시 말해, 그 장면에서 왕자는 백설공주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을 한 것은 매우 재치 있고, 실용적인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과를 먹고 위험에 빠졌다면 어쩌면 심폐소생술보다는 위기에 처한 사람을 뒤에서 안고 가슴을 압박하는 ‘하임리히법’을 실시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백설공주가 왕비에게 하는 말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 그리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없죠.” 그런데 요즘은 이런 말을 오해하여 자기만 아름답고, 자기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나 부모가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내 아이가 소중한 것처럼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것을, 내가 특별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특별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안목이 절실하다.
이 작품에 관해도 어린이 관객들은 원작과 다른 점을 많이 발견하였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나온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왕비가 거울을 깼어요. 왕비는 거울의 말을 믿지 않고, 진짜 자기를 사랑하기 시작했어요.” 둘째, “백설공주는 사과만이 아니라 빗, 리본 때문에도 위기에 빠졌어요. 오랜 세월 여러 버전의 백설공주가 만들어졌는데, 그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셋째, “난쟁이가 7명이 아니라 2명이였어요.” 넷째, “왕자는 키스가 아니라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어요.”
함께 관람하는 부모님은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함께 다른 어린이 관객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과 견주어보게 한 것이 뜻 깊은 활동이라고 여긴 것 같았다. “이 공연 재밌었지, 또 보러올까?” “예!” 이런 말을 하면서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가족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흥얼거리는 <삼양동화>의 중독성 높은 노래를 들으면서도, 극단 해의 아이들이 제작한 여러 버전의 명랑동화뮤지컬을 N차 관람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극단 해의 아이들에서는 <삼양동화>라는 시리즈를 만들어서, 널리 알려진 동화를 새롭게 바꿔서 함께 읽는다는 콘셉트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공연을 시작한 후 공연 내용에 어울리는 연기와 노래, 춤, 설명을 적절히 진행하였으며, 마지막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배치하였다. 그래서 관객들은 공연 시간에 내내 즐겁게 관람하면서도 노래하고 얘기하면서 소통할 수 있었다. 어린이와 부모로 구성된 가족 관객들이 편안하게 관람하고 즐겁게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이 공연의 호응도가 높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각색하였기에 대부분 어떤 점이 다른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작품에 관해 배우와 관객이 대화하는 시간에는 스스로 파악한 서사의 차이를 자신 있게 큰 소리로 발표하였다.
극단 ‘해의 아이들’이 현재까지 각색한 고전 명작은 모두 10개라고 한다. 이 극단이 만든 <삼양동화> 시리즈는 어린이들과 가족이 함께 보면 예술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미적 체험을 주면서도, 생각하고 말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