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속 만나본 공연중 아마 이 작품이 가장 많이 웃고, 가장 많이 울었던 그런 공연이었어요
아이 눈높이에 최적화된 뮤지컬이기도 했고 어른들도 백번 공감할수 있는 그런 우리네 이야기가 담겨있거든요
친할머니는 지방에 계시고 외할머니는 하늘에 계시고 우리 지수는 할머니 손 잡고 등하원 하는 어린이집 친구들을 볼때마다, \"우리 할머니는 지수집에 언제와요?\" 이런 질문을 하며 조부모의 사랑을 그리워하는듯
엄마와 24시간 동기화 되어있는 지수에게는 내 이야기가 아닌 친구 이야기라서 크게 와닿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우리 지수는 이 이야기 속에서 그림과 공연으로 가시화된 할머니엄마를 보며 할머니의 사랑은 이런거구나 느끼는듯 했어요 우리 지수가 애정하는 동화책이랍니다
할머니엄마는 이지은 작가의 스테디셀러 그림동화책 원작을 뮤지컬 공연으로 무대에 잘 담아낸 웰메이드 작품이더군요 도입 부분부터 극중 엄마, 아빠의 정신없고 조심스레 출근하는 일상 속 모습을 보여주며 공연 중 지켜야할 사항들을 아이들에게 유쾌발랄하게 알려주는거부터 인상적이었어요
원작 속 인물들이 동화책에서 그대로 튀어나온듯 동화책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펼쳐졌답니다
엄마와 아빠가 도망치듯 출근하고나서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예은이 근데 그 눈물이 온세상을 가득채워 엄마와 아빠가 타고가는 버스마저도 예은이 눈물에 휩쓸려가버리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눈물을 뚝 그치게 되는데요 엄마랑 아빠랑 놀고싶고 몰래 가버린게 야속하지만, 부모님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이의 소중한 마음이 보이더라구요
할머니랑 조물조물 기다란 칼국수도 만들고 할머니 다리를 베고 누워 새근새근 잠도 자며 예은이 엄마 어릴적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왠지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더라구요 친정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저는 여전히 워커홀릭 인생을 살며 우리 지수는 어쩌면 친정엄마가 키워주셨을지도 모를텐데 그거야 어쨌든 할머니 품에 안겨 옛날 이야기 듣고 사랑 듬뿍 받는 그런 추억을 지수에게 만들어주지 못해 참 아쉽고 친정엄마 생각 간절해지기도 한 순간
유치원 가족운동회에서는 안타깝게도 할머니가 넘어지셔서 계주 달리기에서 지고 잔뜩 심통이 나버린 예은이인데요 할머니와 시장에 가서 고로케 사서 함께 먹고 아빠가 좋아하는 고등어 엄마가 좋아하는 콩나물 예은이가 좋아하는 달걀 장을 봐가지고 집에 가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엄마, 아빠 퇴근하길 기다린다죠
일상적인 소재들로 참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할머니 엄마 가족뮤지컬이었어요 중간중간 멀티맨이 되어 시장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엄마, 아빠 배우님들 특히 엄마 배우님 어쩜 시장아줌마 완벽 재현!! 깨알같은 재미도 담겨있는 공연이예요
일상 속에서 할머니와 함께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예은이 그러고보니 동화책 속 주인공 이름은 지은이네요
할머니와 예은이가 칼국수를 만드는 장면에서 예은이가 반죽으로 만든 엄마, 아빠, 예은이, 할머니, 고양이 마리를 칼국수 속에 함께 넣게 되는데요 칼국수 한그릇 속에는 모두 함께 있다며 좋아하던 예은이 모습이 떠오르네요 공연이 끝나고나서 로비에 있는 할머니엄마 포토존으로 토도도도 달려간 우리 꼬꼬마 할머니랑 친구는 어디있냐고 찾으면서 \"할머니가 만든거 카국뚜 머꼬싶어요\" 이렇게 말하는 귀염둥이 우리 꼬꼬마
그래서 종로 아이들극장 근처 칼국수 집을 검색해보니, 차로 7분 거리의 멀지 않은곳에 있더라구요 꽤 유명한 황생가칼국수 집으로 고고!!
미슐랭가이드 선정 맛집이라고 하던데 가보니 외국인 손님들도 꽤 많고 사골국물 걸쭉하고 야채 도톰하게 잔뜩 들어간 칼국수가 꽤 괜찮은 맛이었어요
그리고 그 근처 청와대사랑채 놀러가서 카페에서 할머니엄마 보고난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아시테지 동화책을 완성해보려고 했는데 우리 지수는 할머니 얼굴 완성하는 페이지에 청와대사랑채 도장을 꾸욱꾸욱 눌러 담네요 맞아요 할머니는 국보급 존재♥
가족뮤지컬 할머니 엄마
가족의 사랑이 담긴 뜨끈한 칼국수 같이 마음 가득 따뜻함이 전해지는 할머니 엄마 감동뮤지컬을 보고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네요 양질의 공연은 아이 마음도 쑥쑥 자라게 해주고 일상에 치어 사는 엄마에게도 주변을 뒤돌아볼수 있게끔 해주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진주에 계신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던 우리 꼬꼬마 할머니 보러가자고 틈만 나면 말하곤 하고 왠지 할머니에 대한 무언가 애틋함이 더욱 깊어진듯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