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프랑스 주간. 그래서 더 집중해서 골라봤던 프랑스 공연 중에, 아이나 엄마나 몰입해서 보게 한 독특한 공연이 바로 \'몬~~~스터\'
침대 안에서 나타날 지 모르는 무서운 괴물 때문에 밤이 무서울 아이들이, \'몬~~~스터\'를 통해 두려움을 벗을 수 있을까란 생각에 쥴리와 함께 보기로 한 공연이었다.
몬~~~스터 Mooooooooonstres
창작집단 라벨 브뤼 (Collectif Label Brut)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7월 22일~34일 35분, 5세 이상
처음 가보는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도보도 가능한 거리지만, 걷기 싫다면 혜화역 2번출구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종로08 승차해서 혜화초등학교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주차 불가이고, 로비가 좁은 편이라, 대중교통 이용하고, 입장 시간 맞춰서 가면 편할 듯 하다.
눈빛극장에서 상연된 서울여름축제, 아시테지국제여름축제 작품은 \'몬~~~스터\'를 비롯해서 \'보석같은 이야기\', \'두 남자 이야기\'의 세 작품. 우리는 \'몬~~스터\'만 본다.
러닝타임 짧은 편이지만, 공연장에 입장함과 동시에 배우는 침대 위에서 이미 연기를 시작하고 있어서, 실제 느껴지는 공연 시간은 더 길다.
3세 이하는 입장 불가.
아시테지 공연 좌석은 예매순으로 부여되는데, 이번 공연은 지정석. 일찍 예매한 덕에 맨 앞 열이다.
공연 전에 극단 매니저 님이 로비에서 주의사항을 알려주신다.
공연 전후 사진 촬영은 절대 불가. 커튼콜도 없는 공연.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배우가 자고 있으니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해주신다.
연극을 보러 가는게 아니라, 잠을 자기 위해 몬스터들을 물리치며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이 있는 침실을 엿보러 살며시 들어가는 느낌.
쉿, 내 침대 안에 누군가 있어!<br />밤만 되면 나타나는 이 엉뚱한 괴물은 누구일까요?<br /><br />무대 위 생뚱맞은 침대가 하나 있습니다.<br />포근하고 아늑한 잠자리는 <br />밤만 되면 왠지 모르게 으스스한 공간으로 변한답니다!<br />피곤한 우리의 주인공은 잠을 방해하는 종이귀신을 조각조각 잘라 물리치고<br />이불 유령, 베개괴물과 엎치락 뒤치락 한바탕 소동을 벌입니다.<br />그래도 무서운 생각은 멈추질 않고 <br />괴물들이 침대 이쪽저쪽에서 튀어나오며<br />뒤죽박죽이 됩니다.<br />괴물일까요, 속임수일까요.. 믿거나 말거나..
* 공연 사진은 공식 공연 소개에서 가져왔어요! *
침대에서 잠 못 이룬채 관객과 만난 배우. 침대에서는 시시때때로 몬스터가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이렇게 종이에 그려진 평면적인 그림으로 등장한 몬스터들은 커다란 파쇄기에 들어가서 가루가 된다. 제법 강력한 문서파쇄기라, 어쩐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순간. (아시테지 부대행사장에서, 몬스터를 문서파쇄기에서 갈아본 아이들이라면 여기서 더 재미있어 할 거 같다.)
다양한 모습의 몬스터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 예를 들어 뱀이나 전갈 같은 것들을 상상하며 변형시켜 그려낸 것이라 한다.
무대 위의 색은 주로 베이지색이나 무채색이지만, 몬스터는 흰색, 검정색, 빨간색으로 색깔 부각해서 대조적으로 표현했다고. (배우 인터뷰 참고)
하지만 아무리 없애도 침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한 괴물들.
이불 속에서도, 침대 속에서도, 잠시의 안락함도 주지 않고 계속 튀어나오는지라, 잠을 방해하는 괴물들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주인공.
잠들만 하면, 괴물이 나타나서 싸우기도 하고, 본인이 괴물로 변하기도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습기도 한 주인공의 모습이다.
가끔은 귀여워보이기까지 하는 몬스터이지만, 관객석에 몬스터가 가까이 다가 왔던 순간에는, 아이들이 깜짝 놀라서 의자 아래 무심히 놓여있던 다리가 몬스터를 피해 후다닥 의자 위로 올라간다. 끝날 때까지 거의 양반다리 하고 공연 본 거 같다.ㅎㅎ
배우는 결코 어리지 않지만, 귀여운 테디베어를 토닥토닥해주고, 몬스터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침대 위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건 어른이 아니라 아이임을 느끼게 된다.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여기.. 공연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다.
베개와 침대 속에 들어 있는 깃털을 마구 뜯어내서 날리는 장면을 보다보면 \'어쩌려고 저러는거지\'라는 마음과 재미있겠다는 마음이 공존한다.ㅎㅎ
그리고 제목이 그냥 몬스터가 아니라 \'몬~~~스터\', 혹은 \'Mooooooooostres\'라고 하는 이유는 뭔지 궁금하셨던 분? 아시테지와 주인공 로랑 프루니의 인터뷰를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몬~~~스터라고 하면 좀 더 무서우니까, 그리고 몬스터에는 o가 9개가 있는데 숫자가 1부터 시작해서 9까지 갔다가 다음에 0이 오는 것처럼, 9까지 무서움이 가장 커졌다가 0에서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는 상징이라 한다.
아이들을 위해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고,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는 영상 속의 인터뷰.
결국, 주인공은 몬스터를 물리치고 편안한 잠이 들었을까?
잠든 배우를 뒤로하고, 다시 살며시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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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랑스어로 던지는 한 마디 외엔 대사도 없이 다양한 오브제와 몸짓, 표정만으로 감정을 표현해 낸 배우도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을 거 같다. 참, 처음에 던지는 한 마디 대사는 \"쉿, 내 침대 안에 누군가 있어!\" 인 듯 하다. (옆에 있던 프랑스어 전문가 이웃님에게 물어봄.ㅎㅎ)
올해 아시테지에 올려지는 프랑스 공연은 각각 성격이 다르지만, 그러면서도 여타 국가 공연과 다른 공통점이 있는 듯한 느낌을 어찌 표현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쉬라 언니가 \'그로테스크\'라고 정리해줬다. 뭔가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공연 속에 푹 빠졌지만, 그러면서도 친절하지는 않은 느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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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아시테지 포스터 앞에서 동갑 친구 세 명 인증샷!
이제는 익숙한 주인공에게 엽서 쓰기로 마무리 한다.
공연 재미있었다는 평과 함께 그림도 열심히 그려주는 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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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혜화역에 갔더니 뜬금없는 멜로디 데이 게릴라 공연. 아이와 공연 데이트 하러 서울여행하다보면 다양하게 뭔가 만나게 된다.ㅎㅎ
그렇지만 둘 다 관심이 없었던 터라, 잠깐만 구경하고, 아이스크림 데이트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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