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시에만나 ] 노아의방주에 올라탄 세마리 펭귄이야기 올해 아시테지 겨울축제의 올해우수작들에서 볼수 있는 한가지 특징을 보자면 비교적 관람권장연령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것 같은데요, 아마 해가 갈수록 어린 연령에도 공연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예전에 비해 비교적 어린 연령에도 관람수준이 높아졌다는 점도 있겠지만 \' 아동청소년 공연 \' 을 진행하면서 공연을 유아에서부터 즐길 수 있도록 , 좀 더 폭넓은 연령층에서 이번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어요. 덕분에 예년엔 함께 축제를 즐기기엔 여름군이 좀 많이 어리다 싶었던지라 다음을 기약해야했는데 올해는 이렇게 너무나 즐겁게 축제를 즐겼으니 말이죠.
그런데 유아 함께 즐기자고 보니 아무래도 조금 수준있는 내용을 다루기는 어려웠는데요 , 그 중에 \' 관람권장연령이 만7세 \' 로 비교적 높았던 한 작품 바로 지금 소개할 < 8시에 만나 > 라는 작품이었어요. *** < 8시에 만나 > At the Ark at Eight 극단 작은나무 ( Little Tree ) 이번 행사기간 중 두번째로 들러보는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날씨가 정말 우울하기도 하고 한파가 시작되던 때였던데다 여름군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데다 이때까지만해도 오후에 그리 눈이 펑펑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시간맞춰 공연장을 찾는것에만 집중 ~ ! 대학로 공연장들 중에서는 비교적 안으로 꽤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던지라 추위를 피해 얼른 공연장을 찾아 들어갔었답니다. 총 4회에 걸쳐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이 진행되었던 < 8시에 만나 > 그 중에서도 우리가 함께했던 공연은 가장 마지막 공연 , 수요일 3시 공연이었답니다. [ 8시에 만나 ] 장소 :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 ( 5층 ) 일시 : 2016년 1월 12일 (화) ~ 13일 (수) 시간 : 정오 12시 , 오후 3시 ( 총4회 공연 ) 공연을 관람하기 전 , 극에 관한 설명을 보아하니 이 이야기의 배경이 대홍수인가 봅니다. 대홍수라고 하면 바로 성경속에 등장하는 , 그러니까 성경 중에서도 구약에 나오는 \' 노아의 홍수 \' 를 이야기 하는듯한데 뭐지 ?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건가 ? 공연을 관람하기 전부터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켰던 공연 그런데 공연장 대기실 한켠에 책 한권이 보이네요. 뭔가? 하고 가서 살펴봤더니 , \" 8시에 만나 원작동화책 / 보신후 제 자리에 ... \" 라고 쓰여진 펫말과 함께 동화책이 한권 함께 있었어요. 아하 , 그러니까 이 공연은 원작이 따로 있는 공연이었던거죠. 살펴보니 이 동화책은 2006년에 독일 청소년 아동문학상과 독일 아동극 대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책이었고 특히 작가 울리히 흄은 현재까지도 연극 연출가 겸 아동극 작가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라 그 내용은 잘 알수 없지만 인문학이 발달한 독일에서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였다면 극의 내용이나 구성은 일단 꽤 탄탄하리라는 생각과 함께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더 높아지는 순간이었지요. 줄거리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곳에는 눈과 얼음 , 얼음과 눈으로 뒤덮힌 세상에 펭귄 세마리가 살고 있었답니다. 이 펭귄 세마리는 눈만 뜨면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둘도 없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삼총사라죠. 그렇게 눈과 얼음밖에 없는 세상에서 별다른 특별한 일 없이 늘 티격태격하지만 늘 붙어다니던 펭귄들에게 어느날 비둘기가 찾아와 말하기를 신이 세상을 대홍수로 멸망시키려는데 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동물들만은 멸망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는데 단 , 노아의 방주에는 단 두마리의 펭귄만 승선할 수 있다는 것 ! 친구를 두고 갈 수 없었던 펭귄들은 결국 한마리를 숨겨 세마리 모두 몰래 방주에 승선하게 되는데요 , 과연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세상에서 세마리 펭귄 모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
무대 ... 진심 더할 수 없이 조촐하죠 ? 전면에 보이는 나무로 만든 스텝스툴 하나와 네모난 모양의 나무상자4개 중간에 소품이 몇가지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도 정말 말 그대로 많지도 않은 몇가지였을 뿐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등장하는 무대장치는 위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였답니다. 그리고 사진속에는 서 계시는 분 때문에 살짝 가려지긴 했는데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던 건반연주와 그 옆의 타악기 몇가지로 무대음향이 이루어졌어요. 말 그대로 이 공연은 전적으로 배우분들의 연기만으로 끌고가는 공연이었는데요 , 오히려 그래서 배우분들의 연기와 작품에 더욱 몰입,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 오랜만에 엄마랑 아들 우리 두 모자 사진찍기 놀이 좀 해봅니다. 방학이라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할테니 매일 공연나들이 다니는게 아이는 아이대로 즐겁고 엄마는 엄마대로 집에서 아이와 실랑이하지 않고 아이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좋긴 했으나 이게 하루이틀을 넘어서다보니 슬슬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던 때였던듯 해요.
그래도 집에 있는것보다 공연보러 나가고싶다는 아이의 의견을 들으면서 엄마가 몸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이번 제12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에 함께하기로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성경속에서 보아왔고 또 알아왔던 \'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 \' 사건은 어디까지나 종교적인 관점과 입장에서 이해되고 해석되었다면 이번 공연을 통해 지극히 신학적인 부분을 인간의 이성과 철학적 수준으로 옮겨와서 재해석하고 재구성해본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 노아의 방주 \' 에서 주인공이라면 당신이 만든 인간군상들의 타락한 모습에 모두 다 쓸어버리기로 결정한 조물주 \' 신 \' 과 그래도 인간들 속에서 단 한사람 , 타락하지 않고 신을 향한 믿음을 지켜온 인간 , \' 노아 \' 이렇게 둘 이겠죠. 물론 그 다음에는 \' 노아와 방주 앞으로 둘씩 짝을 지어 나온 온 세상의 동물들 \' 이라는 장면이 있지만 그건 어차피 신에 의해 통제되고 만들어진 상황이라는 전제하에 나의 관심은 그저 \' 신과 노아 \' , 딱 거기까지만 이었던듯 해요. 그런데 이 공연은 바로 그 \' 신과 노아 \' 그 다음에 이어진 , 그간 간과해왔던 바로 그 부분에 대해 지극히 인간적이고 감성적이면서도 철학적이고 이성적이기까지 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었기에 극 중 펭귄들이 처한 상황 뿐 아니라 펭귄을 둘러싼 주위의 상황 , 펭귄들의 대사 그리고 비둘기의 대사를 통해 쏟아지는 \' 방주 안 다른동물들 모습과 상황들 \' 까지 기발한 시선이지만 지극히 공감하게 되는 탁월함이 돋보였던 공연이었어요. 물론 공연의 원작 자체의 힘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이 저에게 개인적으로 임펙트있게 다가왔던 점에는 다름아닌 배우분들의 혼신을 다한 공연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무대위에는 펭귄역 3분과 비둘기역을 담당하신 한분 , 이렇게 총 4분의 배우분들께서 공연을 하셨고 무대 바로 곁에서는 일종의 나레이션 겸 특수음향으로 효과음을 담당하신 한분 , 그리고 시종일관 건반을 연주해주신 분 한분 그러니까 관객들의 시야 안에는 총 여섯분의 모습이 보인 셈인데요 , 특히 펭귄역할을 맡으신 세분의 연기는 이번 아시테지 전 공연을 통틀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혼신의 힘을 담아 열연을 해주신 배우분들 공연이 끝났을땐 얼굴에서는 땀이 빗물 흐르듯 줄줄 흐르고 있었고 공연장 바닥에서도 배우분들이 흘린 땀방울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요 , 공연시간 60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보여주신 배우분들의 연기 특히 펭귄들은 정말 단 한순간도 쉴새없이 서로 대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호흡을 맞춰가는데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마치 어지러운 퍼즐조각들이 하나하나 딱딱 맞아떨어져 들어가듯이 그렇게 잘 맞아떨어져 들어갈 수가 없다 싶을 정도였지요. 신의 뜻을 받들어 노아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 역할을 맡은 비둘기는 방주 안 모든 동물들을 통제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항해 40여일이 지난 후에는 대홍수가 끝났음을 확인하고 보고하는 역할까지 맡게 될 정도로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정작 비둘기 자신의 짝은 데려오지 못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한편 두 친구펭귄들 덕분에 얼결에 방주에 올랐던 펭귄은 나중에 자기를 포함한 세마리 펭귄 이외의 모든 펭귄들은 모두 다 신의 뜻에 따라 멸망하게 된다는 소식에 그 모든 재앙이 마치 자기자신의 잘못인것만 같은 죄책감에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데요 , 이러한 펭귄과 비둘기의 모습 속에서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수 없는 모순들로 인해 고뇌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얼핏 보는듯도 했어요. 특히 몰래 숨어서 방주에 탑승한 펭귄과 비둘기의 대화 펭귄은 스스로를 \' 신 \' 이라고 소개하고 , 비둘기는 또 이러한 펭귄의 말을 진실로 믿고선 서로 신과 피조물의 입장에서 주고받는 대화는 참으로 기발하면서도 많은 생각의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기도 했구요. 정신없이 흐르다가 고였다가 , 달렸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며 관객들을 끌고가던 공연이 끝이나고 배우분들 , 서로서로에게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정말 더욱 아름다웠던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공연이 끝나는구나 ... 하는 순간 , 이게 끝이 아니었더란 ! 배우분들 인사 남기고 퇴장하시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한참을 놀아보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이른바 , 이름하야 \' 얼음땡 ~ ! 놀이 시간 \'
자연스럽게 따라 나가서 무대위에서 놀아주면 되는건데
이날 , 이 공연에 특히 아이들이 절대로 무대위로 딸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또 배우분들은 그럴수록 더더욱 그 아이들을 무대위로 끌고 나오려고 애쓰는 장면에서 바라보는 많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답니다. 공연이 끝난 후 , 한바탕 웃음을 선사해주시고서야 무대 뒤로 사라지신 배우분들 진심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을만한 공연을 보여주셔서 너무 좋았는데 공연 끝나고 따로 기념촬영 순간이 없었던게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네요. 암튼 공연이 끝나고 여름군과 저는 급히 또 이동을 해야하는 약속이 기다리고 있었던지라 발걸음을 재촉해서 나왔는데 눈이 아주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지요. 그렇게 기다리던 눈이 펑펑~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여름군은 더더욱 신이났구요. 40일간의 힘든 항해도중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던 펭귄들은 얼음과 눈 , 눈과 얼음밖에 없지만 그래도 방주와 비교할 수 없이 살기 좋았던 자신들이 살던 고향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면서 생존을 위해 올라타기는 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오랜 여정을 견뎌야하는 방주의 열악한 환경속에서 차라리 대홍수로 죽더라도 고향이 좋았더라는 투정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 사실 펭귄들은 수영을 잘 하기 때문에 굳이 방주위에 올라탈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항해가 끝난 이후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는 ㅡ
눈과 얼음 , 얼음과 눈으로 뒤덮힌 세상에서 살았던 펭귄들을 만나고 나왔더니 펑펑 내리고 있는 눈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한때 그래도 우리에게는 \' 신이 주신 징표 \' 인 무지개가 이미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그리고 그때 방주에서 함께 내린 비둘기와 펭귄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 문득 재미있는 상상으로 여운을 즐길 수 있었던 공연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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