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 축제 가볼만한 곳을 찾다가 아이와 서울여행삼아 대학로 어린이공연축제인 아시테지 여름축제에 다녀왔습니다. 피노키오, 바운스, 비밀의 문, 지구사용설명서, 몬~~~스터, 두남자이야기 이렇게 여섯 작품을 보았어요.
1. 피노키오 저희는 7월 20일 오후 4시 공연 보고 왔어요. 개막일에 첫 작품을 스타드 했네요. 나름 의미를 이렇게 부여하고 싶네요. 6학년 아이 학교 마치자마자 간식 챙겨 지하철 타고, 혜화역에서 마을버스 타고, 아이들 극장에 도착했어요. 기존에 대학로 예술극장이나 아르코극장에서만 할 때를 생각해서인지, 이동시간이 빠듯했어요. 공연 시작 15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해서 티켓팅하고 부랴부랴 입장. (아이랑 같이 움직이시는 거니, 여유 있게 시간을 두시고 출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본팀은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어로 공연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도 매번 한국어로 공연을 준비하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아이들은 해외공연을 한국팀 공연처럼 몰입할 수 있어 좋아요. 개인적으로 전문 인형극단 팀 공연이라 많이 기대한 작품이었는데요. 목각인형 공연을 두 세 작품 본 저희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정말 감사했어요. 잘 만들어진 인형 소품과 그 양이 놀라울 지경이었고요. 구성이 뭐하나 빈틈없이 꽉 짜인 느낌 들었고요. 다양한 볼거리 가득, 적절한 소품과 화려하지 않지만, 짜임새 있는 음악. 특히 주제곡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는.... 또 배우들의 팀워크는 정말 놀라울 지경이었고요. 뻔히 다 아는 스토리인데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대단한 연출력과 구성력 덕분인 것 같아요. 그렇게 100분이란 러닝타임이 정말 후다닥 지나가버리더라고요.
더더욱 놀라운 건, 인형 뒤에서 최선의 연기를 하시는 배우분들의 열정이 감동이었어요.
저희 집 6학년 초딩, 공연 시작 전에는 유치하겠다니, 재미없을 것 같다느니 투덜거려댔지만... 공연 다 보고선 재미있었다고 말하더군요. 까칠한 6학년이 이 정도면, 상당한 만족도라는... ㅋㅋ 실제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관객들이 환호해서, 배우들이 세 번 정도 다시 나와 무대인사를 해야 할 지경이었어요. 그 정도로 뜨거운 반응....
어눌한 우리말이라, 특히 받침이 들어간 말 발음이 어색해서 좀 적응이 필요했지만, 그럼에도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발음하시는 배우분들의 노력이 느껴져 더 감동적이었어요. 좋은 공연을 보고 이렇게 대접받는 느낌을 받은 것 오랜만이라, 넘 좋아요. 대형 뮤지컬 보고도 만족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라, 더 소중한 작품인 듯해요. 이번 축제가 프랑스 주간이라 의외로 많이 놓치신 분들이 많아서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전 공연 전석 매진이 당연했던 공연이었어요. 다음 축제에 초청작으로 다시 초대된다면, 꼭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지극히 주관적인, 저희 모녀의 평점은요. 까칠한 초등6여아 까다로운 문화인 엄마
======================================================================================= 2, 바운스 7월 21일 목요일 오전 11시 공연 봤어요. 아침이라 출근인파랑 뒤섞여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에효... 평일 오전이어서인지, 단체 관람객이 많았고, 공연계 종사자 성인분들이 많았어요. 저희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도 간간히 보이긴 했어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한 작품이라, 설레었어요. 보고 난 소회는 뭐랄까. 프랑스 공연이라 특징지을만한 공연이었어요. 프랑스 공연에서 기대했던 모든 것들이 다 있었던 작품이랄까요. 이번 프랑스 주간에서, 엄마인 저에게 가장 프랑스적인 작품,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바운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와 아이의 평이 극명하게 갈린 것도 이 작품이라는 .... ㅠㅠ 이번 아시테지 축제 시작 전, 그러니까 작년 쯤에 한창 프랑스 뮤지컬 작품을 보러 다녀었는데요. 그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은 정말 대단했어요. 저희는 그래서 프랑스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죠. 아이와 제가 작년 프랑스 뮤지컬을 보고 느낀 건... 1.감정과 의식의 흐름이 가장 중심이 된다는 것 2. 열정적으로 1을 반영하는 춤. 3. 1과2의 기막힌 어울림. 이었는데요. 그래서 춤(몸짓)마저 대사처럼 느껴진다는....^^; 바운스는 딱 그런 작품이었어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지극히 감정과 하나되는 음악이요. 하여튼 모든 연극적인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완전체처럼 보이는 공연이라고 할까요? 대부분의 어른들은 모두 환성을 자아내는 공연이었지만, 아이들의 경우엔,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라지는 작품인듯했어요. 저의 아이는, 전반부의 절망이나 우울, 슬픔을 표현하듯 무겁게 짓눌리듯 흐르는 콘트라베이스와 바이올린의 선율에 조금 지루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는 초반부에 잠들어 버렸네요. ㅠㅠ. 요새 웹툰이나 만화나 자극적인 이야기에 빠져있는 아이여서 일까요? 지나치게 심각한 것보다 가벼운 재미에 몰두해있는 탓인 것 같아요. 무척 어린 친구들도 재미있게 본 친구들이 있는 걸 보면서, 자는 아이를 흔들어 깨우면서 보게 했지만.... .... 확실히 나이보단 성향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 생각엔, 어린 친구들이 더 직관적으로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고학년으로 갈수록, 사춘기병을 앓아서인지 생각의 틀이 점점 더 경직되가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ㅠㅠ 그래서 자기성향이 아니면, 쳐다도 안보려는 꼬장을 부려대는 것 같아요. ㅠㅠ 전 배우들의 춤과 음악 너무나 좋더라고요. 특히 음악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구요. 입으로 내는 스캣이라 하나요? 암튼 중얼거림 비슷한 것이 음악이 되는데 그것 또한 넘 좋았구요. 특히나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가면서 극적으로 변화하는 연주자들이 넘 재밌었어요. 처음엔 근엄하게 차려입고 심각한 음악을 들려주다가 나중엔 차려입은 옷을 벗어던지고 자유스런 음악을 들려주는 게요. 거기다가 춤까지 선보이는 멀티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정말 배우들을 존경하게 만들더군요. 암튼 작은 소리와 몸짓이 춤이 되고, 대사고 되고, 연주자가 댄서가 되고, 댄서가 노래를 읊조리는 것들이 경계란 없는 그 자유로움이 넘 좋았고요. 또 그런 것들이 어색하지 않은 게 놀랍더군요. 그리고 연기나 이야기의 플롯도 멋지지만, 연출이 기막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만, 의미없이 읖조리는 불어 대사에 그 의미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그 쓸데없는, 몹쓸 지적 호기심 발동해서, 약간은 불편함을 느꼈어요. 분명 그 의미를 알지 못해도 극 전체를 이해하는 게 무리가 없는 데도, 그게 분명 대사일거고, 뜻을 안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려대며 투덜거리는 저를 발견했네요.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공연이었던 건 부정할 수가 없네요. ^^; 엄마 재미만 추구하는 말안듣는 초6딸 ================================================================================ 3. 비밀의 문
21일 오후 1시에 보았습니다. 우선, 대단한 제작진들의 협력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 어떻게 작품으로 풀어낼지 가장 궁금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문을 열면, 각 방마다 펼쳐지는 놀랍고 재미난 광경에 너무 즐거웠구요. 특히나 상상할 수는 있지만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어른인 저도 환호하게 만들더군요. 상상을 현실로 만든, 놀라운 연출력이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라는 것도, 후반부가 좀 지루했던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무래도 후반부보다 전반부에 의외의 재미적 요소가 더 많았던 때문인 듯 싶어요. 소시적 한번쯤은 상상할 만한 이야기의 흐름이 우리집에 놀이공원이 있었음 좋겠다. 사방이 솜사탕이었음 좋겠다. 신비스런 거울의 방이 있었음 좋겠다.. 이런 상상이 그냥 그 자체로 머물러 버려서 좀 뻔하게 만들더라구요. 이야기의 신선함이 더해졌다면, 더 멋진 공연이었을덴데,,,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아쉬웠던 점은 아이의 반응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되기도 하는 데, 이 공연의 경우, 아이들의 지정석이 중앙에 블록화 되어 있어서, 그걸 지켜볼 수 없었다는 것이 좀 아쉬웠구요. 중간중간 바꿔지는 조명의 위치 때문에 조명의 사각지대가 존재해서 어둠에 가려서 잘 무대 장치가 잘 안보이는 부분이 있어, 그것도 조금 아쉬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멋진 공연임에는 분명한 것 같아요. 비딱한 엄마 까칠한 초등딸 ================================================================================== 4,. 지구사용설명서 24일 일요일 1시 공연 봤어요. 일단 권장연령이 11세라서, 고학년인 아이가 재밌게 볼 거라 예상은 했습니다. 영상 프로젝터를 적절히 활용하고 그 영상의 장면과 무대 위의 상황이 적절히 잘 어울리면서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우스꽝스런 동작이 더해져 아이는 저와는 상반되게, 아주 재미있게 보더라고요. 중간에 제작 노트같은 고민의 흔적이 담긴 부분이 참신하다 느꼈구요. 환경이라는 주제라 뭔가 심각한 것 기대했는데, 생뚱맞게 넘 가볍게 끝나 버린 것 같아, 이게 모지? 저는 그랬네요. 저는 좀... 틀에박힌 상투어들이 나오는 장면이 좀 거슬렸어요. 아마도 제가 공연 내내, 저만의 선입관에 사로잡혀 좀 많이 실망한 감이 있어요. 이럴 때 보면, 선입관 없이 보는 아이의 시선이 부러워지네요. 대단한 걸 바랬던 엄마 재미적 요소를 최고로 꼽는 초등 딸래미 ==================================================================================== 5. 몬~~~스터 24일 일요일 3시에 공연 봤어요. 1인극이라 아무래도 배우의 연기에 무척 기대한 작품이었습니다. 아마도 아이가 혼자 방에서 자기 시작한 7살 즈음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쯤에 재밌게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아무래도 이 작품은 무대소품이나 장치의 기발함이나, 배우의 능청스런 연기가 포인트였습니다. 남자아이들의 반응이나 유아 관객들의 반응이 꽤나 폭발적인 공연이었는데요. 근데, 소재가 저희의 기호에 거리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와 저는 이야기의 서사구조를 기대해서인지 이 작품이 기대에 못미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소재나 아이디어는 상상해봄직한 좀 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엉뚱한 딸래미와 제가 보기엔 조금 식상한 듯 했습니다. 좀 더 특이한 이야기를 바랬던 엄마 심하게 엉뚱한 초등 딸 ============================================================================================ 6. 두 남자 이야기 29일 금요일 오후 1 시 공연을 봤습니다. 익살스런 두 배우의 연기와 멋진 악기 연주,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의 이야기에 최근 한창 막장 드라마에 빠진, 딸아이가 빵 터지더군요. 극 전반에 흐르는 유머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가 재밌게 본 공연이 아닐까 싶네요. 마술쇼와 코미디쇼가 더해진 느낌이 이럴까요? 다양한 악기의 콜라보를 들을 수 있어 좋았구요. 특히 자주 들어보기 힘든, 기타리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좋았네요. 유머 감각 제로의 엄마 막장 드라마 광팬 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