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립공연예술가의 공연들을 사랑한다. 그들의 공연들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으며 관객석의 분위기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소박하고 따뜻하다. 시작은 국립극단 소극장 판의 마당에서였고 그 후 공연장 로비에서, 천막에서,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가 팝콘을 맛있게 먹으며 등장한다. 손가락을 쪽쪽 빨며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내 주변 어린이 관객은 “혼자만 먹고” 진심으로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팝콘은 없다. 마임으로 먹고 있는데도 정말 맛깔스럽다. 위로 던져 받아먹는 연기에도 아이들은 껌뻑 죽는다.
오늘의 이야기는 <제랄다와 거인> 토미 웅거러의 유명한 그림책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그것도 어린 아이를 잡아먹는 거인이 있었다. 책을 독서대에 놓고 거인이 나올까 소스라치는 배우의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거인이 나올까 커다란 집게로 책을 잘 고정한다. 거인을 말로 묘사하며 커다란 팝콘컵에 그림을 그리는데, 왠걸 쓱싹 즉석에서 그렸는데 너무 잘 그렸네.
즉석에서 쓱싹 그린 거인얼굴 다음으로 미리 준비한 거인 컵이 따로 나온다.
독립공연의 배우는 전천후로 연기한다. 거인을 피해 여기저기 숨는 아이와 그의 부모, 제랄다의 아버지, 그리고 음악까지 스마트폰으로 직접 튼다!
요리를 잘하는 제랄다가 아버지 대신 장에 물건을 팔러 가다 거인을 만난다. 제랄다를 잡아 먹으려던 거인이 언덕에서 떨어져 습격에 실패하는데, 이때 거인의 코피가 쓱. 그러니까 빨간 천이 쓱 나왔다 사라지는데 이런 게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재미이다. 아버지 연기를 할 때 검정칠한 손가락이 수염이 되는 것도 소소한 재미(2)
아, 귀여워. 그런데 배우님 나이 반전;
굶주려 있는 거인이 불쌍한 제랄다는 거인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데 그게 거인의 입맛에 쏙 든 거다. 거인은 제랄다에게 자신의 성에서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해달라고 한다. 제랄다의 음식에 반한 거인과 이웃 거인들은 더이상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게 되어 마을엔 평화가 찾아오고 제랄다와 거인이 결혼해 사는 것이 책의 마지막 장.
배우는 이야기의 틈을 메꾸고 늘린다. 성에서 요리를 하다 사랑에 빠지는 장면의 연기가 일품인데, 배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역할을 넘나든다. 의자 위에서 거인하고 내려와서 제랄다 하며 혼자 북치고 장구 치는 능청스러움에 저 배우 정말 너무 웃기다 했는데 이런 개그감은 어른 취향인 듯. 바로 옆 아들의 표정은 멍하였다. 하하.
배우가 종이컵 인형으로 연기할 때와 본인이 인물을 직접 연기할 때 간극이 없다. 전환이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그리고 배우의 통통 튀는 연기에 나보다 서너살 많은 배우일 줄 알았는데 오십대라고 하여 나중에 정말 놀랐다.
연기상 받으셔도 될 정도였어요. 제랄다 배우님!
처음 나의 작은 걱정은 기우 무대 위를 풍성하게 채우던 배우님 마지막에 사진도 함께 찍어주어 정말 감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