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보&자료
  • 아시테지(ASSITEJ)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Home > 홍보&자료 > 축제 게시판
  • 축제 게시판
  • 2018-02-09
  • 씨앗이야기 : 우리는 모두 하나의 씨앗에서 비롯되었다
  • 작성자 : 비타민 조회수 : 549
아시테지 축제의 첫 주는 미세먼지가 기승이었고 둘 째주는 한파였다. 3한 4온이 아닌, 7미 7한인 듯.
이 때는 첫째 주. 아직 어린이 황사마스크도 헐겁지만 그래도 형식상 마스크 씌운 채 열심히 공연 보러 다녔다. 오늘은 극단 북새통의 씨앗이야기. 북새통의 봉장취를 재미있게 봤었다. 그때 제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던 배우가 김소리 배우였다.  그의 일인극인데 연극의 시놉시스를 읽고 아 얼마나 또 능청스럽게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할까 기대 되었다.

      
소리면 소리, 연기면 연기, 연주면 연주 (심지어 이름도 김소리라니.)

이것은 어제 만든 이야기. 금세 만든 이야기란다.
줄 타는 처녀와 구멍가게 총각의 이야기. 구멍가게는 조그맣게 차린 가게를 뜻하는 게 아니라 구멍을 파는 가게란다. 있는 구멍 없는 구멍, 단춧구멍 다 파는 가게.

      
어름사니는 가야금 줄을 탄다. 절묘하다.


둘이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첫날 밤 같은 이불을 덮고 같은 꿈을 꾼다. 꿈은 동화같고 환상적으로 표현된다.  꿈에서 만난 이상한 할머니가 씨앗을 준다. 물을 줬더니 새싹이 쑤욱 피어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이는 이 장면이 재미있었는지 한 주 지난 뒤에도 이야기하였다. 다음날 잠에서 깬 처녀는 삼신할매에게 받은 씨앗을 땅에 심는 대신 홀랑 먹어 버린다.

      
가야금을 뒤집으니 \'아, 저길 또 저렇게 꾸몄구나. 세상 요긴한 악기네. 훗.\'

씨앗을 먹은, 그러니까 품은 처녀의 배는 점점 부풀어 오른다. 이때 배우가 자신의 배를 보여주는데 - 나는 배우님 배인 줄 알고 친근했잖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 알고보니 두달 뒤 아이를 낳으신단다. 언빌리버블. 임신이 창작의 촉매제가 되었을까.

부른 배를 의아하게 여긴 신랑은 각시의 배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여기서 가야금을 받치고 있던 단은 돛을 세우니 그대로 배가 된다. 영상이 비춰져 스크린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최소의 무대장치를 요리 조리 영리하게 궁리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배를 타고 배 안으로 :) 배, 두둥실


해산을 앞두고 다함께 할 추임새를 정하자 하여 내가 큰소리로 “쑴풍” 이라 외쳤다. 유강이는 “엄마, 하지마” 라며 또 부끄러워하였지만 그렇게 하기로 결정되었다. 순산을 기원하는 자진모리 장단에 내가 더 신나 “얼쑤” “잘한다” 추임새를 넣으니 유강이가 계속 방해하여 결국 입 다물고 조용히 봤다는 이야기.

      
조명이 꼭 씨주머니 같아. 원을 표시한 것은 동그란 씨앗 같고

극이 끝나고 우리에게 흙과 씨앗을 선물해 주셨다. 당연히 아이만 주는 줄 알았는데 모두에게 하나씩. 아이와 씨앗을 심고 흙이불을 덮어 주었다. 큰 선물을 받고 돌아가게 되어 감사한 마음. 집에 가서 함께 물주고 싹 틔우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식물계의 마이너스 손인 엄마와 그의 아들은 아직도 새싹을 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