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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09
  • 거인이야기 : 언젠가 너도 거인이 될거야
  • 작성자 : 비타민 조회수 : 491

 

오버코트 보고 반한 하땅세. 거인이야기 보고 두 번 반했다. 아시테지 축제 마지막 관람작품인데 아이랑 매일 대학로 다니다가 체력이 방전되어 끝나고 사진을 못 찍었다.

엄마의 부재. 이준이는 아빠와 둘이 산다. 하지만 아빠바라기는 아닌 모양. 아빠가 왔다고 반기기는 커녕 숨고만다. 하지만 아빠도 이준이를 꾀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 먹을 것으로 꼬시고 같이 공놀이를 하며 아이에게 다가간다. 자기 전 옛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이준. 아빠는 거인이야기를 해준다. 이때부터 과정드라마처럼 연극으로 in 현실로 out 이 재미있게 반복된다. 거인으로 한껏 연기하고 있는 아빠에게 \"아빠\" 아빠는 \"놀이하고 있는데 왜~\"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아이와 역할놀이를 하다 내가 먼저 그 역할을 벗기라도 할 참이면 어서 놀이로 들어오라고 채근하는 아이의 말.

이준이와 아빠는 잘 논다. 이준이의 잠자리였던 이불은 산이 되고 손가락 이준이는 열심히 산을 오른다. 산에서 오줌을 시원하게 싸고 부르르 몸을 떨고 탈탈 터는데 움직이는 산, 아니 거인. 손가락과 배우가 다원적으로 이준을 연기할 줄 알았는데 등장하는 새로운 오브제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속의 사진과 영상이 이준이가 되는 거다. 크기 비례가 딱이다. 여기에서의 스마트폰은 매체라기 보다 오브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디지털적인 자료를 아날로그적으로 사용했다고 생각되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무릎을 탁 치고픈 아이디어였다.

\"너 나랑 친구할래?\" 아시테지맘과 아이와의 연극놀이에서 유강이가 맡은 대사였다. 소리 만들기였는데 유강이가 대사 쪽지를 뽑아 걱정했다. 글씨 모르는 유강이에게 쪽지 속 대사를 읽어주었다. 아이는 제 차례가 되고 내 걱정과 달리 또박또박 \"너 나랑 친구할래?\" 라고 말하였다. 어떤 연극에 나오는 대사인가 궁금했다가 잠깐 잊었는데 거인이 이준이에게 묻는다. \"너 나랑 친구할래?\" 우리 아이 인생 최초의 대사가 거인이야기 속 대사였구나.

                               
                               

거인을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팠던 이준은 다리 다친 척 하고 거인에게 올라탄 채로 마을로 돌아온다. 거인이 이준에게 마법의 샘물을 주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이 복선이 다소 약하게 표현되었다. 지난 공연 때는 거인아저씨의 물을, 아이도 잘 기억해서 말할 정도였는데.

                               
                               

마을에서의 일은 그림자극으로 연출된다. 등이 굽은 할머니 도와주고, 농사일도 도와주고, 신발에 태워 경주시켜 주고 거인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쓴다. 능력을 쓸 때마다 조금씩 작아졌던 거인. 거인은 이준이보다 작아진다. 그때 생각난 거인아저씨의 물. 물을 마시고 아저씨는 점점 커진다. 광원과의 거리 차에 의한 그림자 크기 변화를 배우는 데 가장 유용한 텍스트가 될 것 같다, 이 연극. 후후. 거인이 다시 커지는 장면은 다시 봐도 엄숙해진다.

초연 때 거슬렸던 부분이 그림자막이 걷히고 널부러져 있던 소품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잘 가려져 있다.
다시 잠들려고 하는 둘의 눈 앞에 비친 것은, 바로 정말 거인. 거인이 있었다.

\"언젠간 너도 거인이 될거야.\"
라는 말을 무엇으로 해석할 것인가.
언젠간 너도 큰 사람이 될거야. 너도 어른이 될거야. 그리고 언젠간 너도 아빠가 될거야.
해석하기 나름일 것이다. 
어릴 적 크게만 느껴졌던 아빠가 어느 순간 작게 느껴졌을 때, 그 깨달음의 순간은 지났지만 다른 차원에서 아빠를 나름대로 인정하게 되는 거다. 그러니 거인은 아빠일 수도, 우리 안의 커다란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안의 거인성(性)을 찾을 것.

토요일에 하땅세 공연 또 보러갑니다. 최애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