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극 봤을 때의 아빠, 할머니 배우만 그대로고 나머지는 바뀌었다. 고양이 마리 역은 여배우에서 남배우로 바뀌었고.
지난여름에 책도 읽기 전, 연극을 먼저 보러 갔던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맞벌이로 바빴던 엄마의 빈자리를 메꿔주었던 할머니. 연극은 아이보다 나에게 더 유효할 것 같았다.
잠든 예은이 몰래 출근하려는 엄마, 아빠. (사실 아이 놔두고 출근하는 부분에서 리얼리티가 떨어지지만 오버코트 역시 마찬가지지 뭐) 다시 들어도 신나는 넘버. “살금살금~”
결국 예은이의 돌봄을 위해 상경한 할머니. 같이 보러 갔던 친구는 진짜 할머니 아니냐고 물었다 ㅎ 뒷짐지고 걸어가며 엄지와 검지를 돈세듯 비비는 이러한 작은 제스처가 정말 할머니스럽긴 하다!
할머니가 오시고, 예은이가 화장실 간 사이 또 몰래 출근한 엄마, 아빠. 연극의 셋트는 팝업북과 플랩북 마냥 열린 창문으로 엄마, 아빠가 보인다.
예은이를 달래기 위해 할머니는 칼국수를 만들자고 한다. 기다란 면발을 탈탈 털어 별도 만들고 물고기와 기차도 만들며 한바탕 놀이에 빠진다. 연극을 본 아이는 칼국수가 먹고 싶은지 처음번도 두번째에도 칼국수를 졸라 집에 도착하여 휘리릭 만들어주었다.
배가 불러 잠이 오는 예은이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웠다. 가만가만 예은이를 토닥이는 할머니의 이야기와 그 어스름히 따뜻한 정경에 나는 또 아득함에 빠졌다. 배야, 배야 똥배야 어루만져주시던 할머니 자장, 자장 멍멍이와 꼬꼬 우지말라던 할머니 그런 과거와 조우한 듯 싶어서이다. 내가 그러는 사이 예은이는 어린 엄마와 만나 노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