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직도 기억난다. 2003년 봄이었고 여름처럼 더웠던 날이었다. 그렇지만 날씨는 정말 좋았고 예술의전당에서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 프리뷰 본 날. 설문지에 뭐라고 답했는지도 기억난다. 그날 찍었던 사진과 그날 들렀던 식당까지. 초연 프리뷰 때 본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이 롱런하여 내가 괜히 뿌듯하였다. 그다음 보러갔던 블루사이공, 너무 좋아서 어지간하면 봤던 공연 안 보면서 두 번 보러 갔다. 국립극장에서 걸어내려오며 친구랑 이야기나누고 커피 마시던 기억. 그때 참 즐거웠지. 신짜오몽실 보며 모시는 사람들이네, 그런데 재미있어서 다행이었던 그런 기억. 계속 이어지는 극단이 있다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보러갈 연극이 쓰레기꽃이라고 하니 어린 아들은 어감이 무서웠나 보다. 두려워 하는 거다. 어지럽혀진 쓰레기장으로 노숙자가 나타난다. 주요인물인가? 그는 이내 사라진다. 뒤이어 가면을 쓰고 칼을 들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사내. 이런게 재밌다. 피지컬은 성인남성이니 누군지 밝혀지기 전까지 나름 이런 인물이다, 상상하다가 그의 첫 대사에 연극적 약속이 성립된다. 소년 철수. 엄마가 버린 자신의 로봇을 찾으러 왔다. 칼은, 망태할아버지가 나타날까봐 챙겨 온 장난감 칼이다. 그의 등장이 무서웠던 유강이는 마음을 놓는다. 철수는 쓰레기장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난다. 망태할아버지일까봐 걱정하였는데 할아버지가 드리운 천을 걷어내자, 만물상인지 고물상인지 모를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할아버지는 고장나서 버려진 장난감과 같은 물건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켜줘 생명을 불어넣는다. 고쳐주어 다시 쓰임새를 만들어 주는 것. 그래서 이 곳은 종착지가 아니라 다음 정거장 이정표를 붙일 수 있는 \'지나가는 곳\'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철수는 강한 것이 되기를 소망한다. 로봇이 되기를 꿈꾼다며 헬로카봇 주제가를 신나게 부른다. 생명이 생명이 없는 것을 꿈꾸고 인간이 비인간적이 되는 요상한 세상이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사물로 대하는 세상. 우리는 그렇게 대상화되고 배경이 되어간다. 하지만 생명이 가치로운 것은 그 따스함 때문. 할아버지는 철수에게 작은 케이크에 촛불을 켜 생일을 축하해주고, 공룡피규어도 선물로 준다. 우는 철수를 보고 나도 짠해 눈물이 글썽거렸다. 또다시 버려지는 쓰레기더미. 전에 뉴스에서 어떤 건물 옥상으로 마구 쓰레기를 투기하는 사람들이 제보되었는데, 작가는 그 뉴스를 모티브 삼지 않았을까. 아무 생각없이 버려지는 쓰레기들. 그러나 그 안에 살아있는 강아지가 있었다. 철수는 두렵지만 용기를 내어 강아지를 구해낸다. 쓰레기장에 피어나는 생명들. 전쟁 통에도 아기가 태어나고 사막에도 풀이 자라고 있고, 쓰레기 더미 속에도 꽃이 피어난다. 철수에게도 로봇 버리지 않았다고 얼른 집에 오라고 마음 풀 줄 아는 엄마가 있다. 우리의 삶은 계속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