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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3
  • 꿈꾸는 거북이를 보고
  • 작성자 : 김유미 조회수 : 2622

꿈꾸는 거북이


평화롭게 빨래도 널고 햇살도 맞는 옥상 어디 쯤인 듯 한곳에서 극이 시작됩니다.

개구쟁이 바람이 너는 빨래마다 걷어가고 장난을 치고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한 우리의 주인공이 있어요.

낡은 상자에서 이것저것 꺼내보며 추억에 잠기는 듯 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음이 알리는대로 내 손과 발로 달리고 싶은 거북이는 새를 만나 꿈 이야기를 하고 토끼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통도 겪고 눈물도 흘려요. 그때마다 엄마가 주신 상자를 열어보며 꿈을 찾아가는 거북이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연극은 명확한 대사전달 없이 몸짓과 의성어 그리고 가끔 풀어서 이야기를 해주는 여우 가 줄거리를 놓치지 않도록 잡아줍니다.

 

 보는 내내 맨 앞 자리에 앉아있는 6살 아이가 이 극을 이해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궁금하기도 하였어요.  


 그러나 끝나고 나서 아이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았더니 극의 흐름도 알고 어떤장면이 재밌었는지도 신나게 이야기 해주었어요. 아마도 혼자 보며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되구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대사만으로 연극을 보는건 아닌것 같더라구요. 정형화된 언어 이상의 것을 상상 하는 능력이 모든 아이들에겐 있는것 같아요.

 

 꿈을 찾으러 나가려고 엄마에게 혼도 나고 사정도 하지만 결국엔 엄마가 허락하고 꼭 안아주며 더욱더 단단해지라고 당부하는 장면은 마치 나도 엉뚱이의 엄마가 된 듯한 마음으로 언젠가 우리아이도 저렇게 세상 한가운데로 나가고 싶어 하겠지 하는 울컥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실루엣 기법으로 표현을 해서인지 느낌이 더 강하게 오기도 했구요.


 시계에게 훈련받는 고통의 순간을 대사 없이 무무~등으로 표현 하는것은 너무도 강렬하게 다가와 보고 있는 게 힘들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들으면서도 시계? 시계의 의미가 시간? 또는 다른 의미를 품고 있나? 시계라고 지은 의도가 무엇일까?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되었구요.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토끼와의 경주에서 혹시 이기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토끼는 낮잠도 안자는 토끼라..흠. 이때쯤되니 보는 나는 답답함을 참기 어려웠어요.

 이런 느낌을 의도한 것일까요? 엉뚱이의 눈물이 바다가 되고 드디어 손과 발을 펴서 바다로 헤엄쳐 갈때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마치 내 꿈이 이뤄진 것 같은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빨래를 널며 작가로서의 꿈을 꾸는 듯한 엉뚱이. 그래 엉뚱이처럼 꿈을 잃지말고 살라는 말이지. 내 꿈은 이거였어 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나에게 꿈꾸는 거북이는 아이를 위한 연극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공연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의상이 땀에 흠뻑 젖도록 열연을 펼쳐주신 배우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특히 우리의 주인공 거북이는 정말 연기를 잘 하시더라구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에 연출하신분이 오셨어요. 공연 시작전에 입구에서 재밌게 잘보세요 하고 아기 안은 엄마가 환하게 인사하시더니 그분이 연출가시더군요. 나는 연극이 아닌 현실에서 진정한 꿈꾸는 거북이를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