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덴마크
김숙희 아시테지 한국본부 이사장 극동대 연극학과 초빙교수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는 그의 영향 때문인지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1위인 국가라고 합니다. 덴마크에는 그 명성처럼 유명한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4월 축제 April Festival' 는 43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세계 최대 규모로 전 세계의 공연기획자들이 덴마크 아동청소년공연을 사기(?)위해 모여드는 축제입니다. 해마다 한 도시를 정해 펼쳐지는 ‘4월 축제’가 올해는 Holstebro라는 곳에서 3월30부터 4월6일까지 110개의 전문극단의 180개 공연으로 펼쳐졌습니다. 오랜 전부터 이 축제에 대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그 많은 공연이 이루어지는지 솔직히 상상하기가 어려웠었는데 드디어 올해 그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차라리 안보고 모르는 것이 나았을 걸 하는 후회와 함께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곳의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고 그에 반해 우리 아이들이 너무 가여웠기 때문입니다.
축제 운영내용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운영주관은 덴마크 문화부 산하의 Teater Centrum(Theatre Center)이라는 비영리독립단체가 국고와 해당 도시 재원으로 축제가 행해지는 도시의 모든 아이들에게 무료로 공연을 보여주는데, 탁아소부터 학교까지 어디라도 찾아가는 공연을 위주로 진행하며 정식공연장 공연이라도 미리 예약만하면 아이들은 모두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10명 안팎의 2~3세 관객을 위해 나이 지긋한 배우들이 땀을 흘리며 보여주는 작은 테이블 무대로부터 고등학교 전교생이 다함께 볼 수 있는 강당연극과 극장공연까지 공연의 규모는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그 어떤 선별 절차 없이 모든 극단을 참여시킨다는 원칙에 따라 덴마크의 거의 모든 극단들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일주일동안 도시전체가 연극으로 뒤덮여 지역민 모두가 아이들을 위해 즐겁게 동참하는 말 그대로의 축제 그 자체였습니다.
마음이 급해, 공연 이야기, 축제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그곳 학교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공연들이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까닭에 본의 아니게 그곳 어린이집으로부터 중고등학교까지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이지, 문화적 쇼크였습니다. 그 곳의 학교는 내가 알고 있는 학교가 아니라 아름다운 놀이터였습니다. 상식을 초월하는 미적인 학교건물, 트램블린같은 놀이기구들이 교문을 대신하는 입구,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는 교실 옆의 오락기구들, 아이들과 교사들이 만든 무언가로 도배가 되어있는 벽 등등....대부분의 학교는 공간이 허락하는 한 여기저기 예쁜 테이블과 의자들을 놓아 마치 커피숍 같은 분위기에서 노트북을 놓고 혼자 공부하는 아이, 삼사오오 모여 진지하게 토론하는 아이들, 선생님과 일대일로 수업하는 아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 죽어라 오락기를 두드려대는 아이, 그래도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쉬는 시간인가보다 하여 교실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수업은 수업대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학교는 모든 것을 아이들의 자율에 맡긴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할 것은 다 한답니다. 그렇습니다. 자율이 규율을 앞서는 것이 선진국의 문화 척도이겠지요. 연극 한편 본다고, 음악회 한번 간다고 문화인이 되는 것이 아님을 누가 우리아이들에게 그것을 일깨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암담하고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