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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청소년극 IN: 역사와 기록
    1984년 <연극과 교육>(발행인 김우옥 / 편집인 송애경, 김선, 고순덕, 송인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국내 유일의 간행물로서 발행되었습니다. 이후 제12집을 끝으로 휴간되었다가, 2015년 <아동청소년극포럼>(발행인 김숙희 / 편집인 김유미)으로 재창간되었습니다. 2022년부터는 <어린이청소년극 IN>(발행인 방지영 / 편집인 최지영)으로 명칭을 개정하였습니다. 본지는 전문 비평지로서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주)한국학술정보(KISS)에 등재되었으며, 오프라인 책자 발간과 더불어 네이버 블로그,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현장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접근성을 확장해 왔습니다. 나아가 2026년부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자체 포럼을 개최하는 등 어린이청소년극의 담론을 형성하는 실천적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통권24] [2026 4월호] 리뷰<2> 2026-05-07

  • 공연 장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편견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해보신적 있나요? 지금부터 마음 속으로 뮤지컬, 연극, 무용, 클래식, 판소리, 인형극, 가족극 등 생각나는 공연 장르를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봅시다. 영화, 소설, , 회화, 조각, 힙합, 웹툰까지 모두 다 합쳐 줄을 세우면 내가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장르는 줄의 어디쯤에 있을까요? 오늘의 주제인 인형극은 줄의 어디에 놓으시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인형극은 오랜 시간동안 편견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그까이꺼 대충 인형 들고 흔들면 되는 거 아냐? 애들이나 보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편견 말입니다. ‘나는 그런 적 없는데?’ 라고 생각하신 분들 감사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존재해요. 그러나 현실 어딘가에 인형이 작품의 주인인 곳이 있었으니지금부터 그곳을 찾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는 런던 웨스트엔드. 2,300석의 콜리세움 극장을 가득 메운 작품의 제목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제작사인 토호의 창립 90주년 프로젝트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연출한 존 케어드, 워호스로 잘 알려진 퍼펫 디자이너 토비 올리에가 참여해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든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2617~322일까지 약 3개월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했고, R석 기준 19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본 익숙한 장면들이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함께 펼쳐집니다. 가히 현대 인형극 기술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6명이 조종하는 가마 할아범 등의 거대인형에서부터 막대 끝에 달린 작은 숯검댕이까지 작품의 모든 캐릭터들을 인형으로 만들어 아날로그적인 환상을 펼쳐냈습니다. 180분이라는 긴 시간이 한 순간도 지루함 없이 지나갑니다. 어린이 관객들 역시 공연에 푹 빠져 즐기고 있었고, 어린이들은 긴 이야기를 보기 어렵다는 편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웨스트엔드에는 <라이프 오브 파이>도 있습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연극으로 <워 호스>의 제작진이 퍼펫 디자인으로 참여해 실제 호랑이와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20251129일부터 202632일까지 약 4개월간 GS아트센터에서 공연했습니다. 요즘 대세인 박정민 배우 등이 출연했고, 우리나라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퍼펫티어로 참여해 높은 수준의 인형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워 호스>에서는 세 명이 조종하는 말이 사람을 태우고 뛰어다니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는 호랑이가 주인공 파이와 함께 작은 구명보트를 타고 열연을 펼칩니다. 밀림의 제왕 호랑이와 함께 단 둘이 배에 남아 200일이 넘는 시간을 버텨낸다는 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랑이의 존재감이었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세 명의 배우가 작은 호흡까지 느껴지는 호랑이의 완벽한 움직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브로드웨이로 가볼까요? <라이언 킹>, <찰리와 초콜릿 공장>, <킹콩> 등 다양한 공연에서 인형들이 대활약중입니다. 영국의 국립극단인 내셔널시어터는 3명이 움직이는 커다란 인형말이 사람을 싣고 달리는 <워 호스>, 이름만 들어도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로열세익스피어컴퍼니는 지브리의 대표작 <이웃집 토토로>를 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작년에 국립극단이 연극 <천 개의 파랑>을 무대에 올리며 로봇 인형을 도입했습니다. 서울예술단이 동명의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면서 경주마 투데이와 로봇 기수 콜리를 인형으로 표현했습니다. 두 작품 다 우리 인형극인들이 인형 제작과 연기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조금 더 이전으로 돌아가보면 2022년 서울연극제 대상에 빛나는 <반쪼가리 자작>(창작조직 성찬파)에서 메다르도 자작이 인형으로 등장했습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인형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티켓 판매처의 카테고리에는 뮤지컬 혹은 연극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이 작품들은 전부 인형극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공연예술 작품에서 인형의 역할이 눈에 띄게 중요해진 작품들의 등장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저는 인형극의 역사와 더불어 표현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공연계의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SF, 동물, 신화, 판타지 등 다양해진 소재를 공연 장르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영상과는 다른 무대적인 표현 방법이 필요했고, 인형은 그것을 보다 더 연극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이제 인형극은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어주는 현대 공연예술에서 가장 뜨거운 표현 방법입니다. 인형이 대세인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아니, 왔습니다.

     

    이제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남았습니다. 저는 우리에게도 <라이언 킹>, <워 호스>, <라이프 오브 파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을 아시죠? 우리가 만든 이야기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 6관왕을 받았습니다. 작은 소극장 뮤지컬로 시작한 작품으로 우리 관객의 사랑을 받기 시작해서 뮤지컬의 본고장에서까지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우리 인형극도 자본, 역량, 이야기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면 세계로 뻗어나갈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런 날이 꼭 와야 한다고, 함께 마음을 모아 만들어보자고 외쳐봅니다. 이렇게 외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날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날이여, 오라!

     

    덧붙여, 괜한 비교로 불편하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만약 그러셨다면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