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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개막식 ⓒ ASSITEJ Korea_Fotobee
1. 뼛속까지 전해진 무더위. 그보다 더 뜨거웠던 축제의 개막
2026년 7월 23일. 대학로의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다. 아스팔트 위로 이글거리는 아지랑이와 푹푹 삶아대는 습한 공기마저 멈춰 세운 것은, 바로 오늘부터 시작되는 ‘2026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 대한 설렘이 아니었을까.
아르코예술극장 로비는 이른 아침부터 축제의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했고, 축하하기 위해 한걸음에 찾아온 많은 공연예술인들과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린이청소년극의 내일을 격려하며 올리는 개회사에서 오랜 기간 이 무대를 준비해 온 많은 예술가들의 땀방울과 자부심이 맺혀 있었다. 그렇게 성대하고 환희에 찬 개막식의 신호탄과 함께 11일간 펼쳐질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대향연이 막을 올렸다.
뜨거운 태양을 뚫고 대학로를 찾은 것은 비단 예술가들만이 아니었다. 손에 손을 잡고 예쁜 옷을 입은 어린이들과 작은 손을 꼭 쥔 부모님들의 발걸음이 대학로를 가득 메웠다. 공연장 입구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찌는 듯한 더위도,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관객들의 열정을 막아서지는 못했다.
2. 무언의 울림, 언어를 넘어 감각으로 이어졌던 해외 초청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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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사티: 종이로 만든 세상〉 공연사진 ⓒ ASSITEJ Korea_Fotobee
올해 축제에 초청된 5편의 해외 작품들은 놀랍게도 ‘언어’라는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신체, 오브제, 음악, 미디어라는 넌버벌적 요소와 움직임을 극대화했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감각적 언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체코 드락 씨어터의 <잠들고 싶지 않아(Bedtime!)>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주역이었다. 밤마다 잠들기 싫어 딴청을 피우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재우려는 아빠의 소동이 펼쳐졌다. 서커스적인 기교와 시적인 광대극 연기가 어우러질 때마다 공연장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울려 퍼졌다. 부모들 역시 자녀와의 실제 경험이 떠오르는 듯 폭소를 터뜨리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아일랜드와 영국이 함께한 브라나르, NIE의 <완벽한 하루(Grand Soft Day)>는 날씨의 다채로운 변화가 어쿠스틱 음악의 라이브 연주와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빗방울 소리에 맞춰 발을 구르는 배우의 연기에 관객은 마치 자신들이 빗속에서 장화놀이를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일상이 아름다운 예술로 바뀌는 감성적인 순간이었다.
이탈리아 콤파니아 티피오의 <타나: 작은 동굴(TANA)>은 디지털 센서와 빛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유아 공연으로, 빛으로 만든 작은 보금자리 위로 12~48개월의 아이들이 하나둘씩 오른다. 맨발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무대를 누비며 그곳을 감각적으로 탐험했다. 빛을 만지면 들려오는 동물 소리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얼굴에는 따스한 미소가 번졌다.
폴란드 아토프리 씨어터의 <미스터 사티: 종이로 만든 세상(Mr satie-Made in Paper)>은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과 함께 무대 위에서는 단 하나의 재료인 ‘종이’가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바스락거리는 종이의 질감과 시각적, 청각적 변화에 아이들은 숨을 죽였다. 최소한의 장치로 영유아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무대미술은 어른들에게도 한 편의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듯한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오스트리아 토이하우스 씨어터의 <이리저리 팔랑팔랑(Flutter Land)>은 연기가 나오고 천을 흩날릴 때마다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에 빠졌다. 음악과 신체, 그리고 커다란 천의 유기적인 움직임만으로 무대는 상상의 생명력으로 채워졌다. 36개월 이상의 어린 관객들은 배우들의 아주 작은 손짓 하나에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며 작품 속에 빠져들었다.
3. 한국적 서사와 미학의 확장, 국내 초청작 및 아시아 합작 공연
〈꼬마야, 꼬마야〉 공연사진 ⓒ ASSITEJ Korea_Fotobee
한국의 창작진과 한일 협력 작품들은 입체적인 미디어 연출뿐만 아니라 전통연희, 그리고 따뜻한 서정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화이트캣시어터컴퍼니와 극단 영, 그리고 PUK인형극단이 함께한 <랑랑별 때때롱>은 권정생 선생의 따뜻한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창작진이 머리를 맞댄 공동창작 작품이다. 우주와 자연, 그리고 다른 문화적 감수성이 하나의 서사로 어우러졌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아카데미의 <깜박, 달빛 아래 폴짝!>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실루엣의 환상적인 장면과 달빛 아래 펼쳐지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음악과 절묘하게 이어져 있다. 흑백의 정교한 시각적 효과가 아이들에게 그림자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신비로운 마법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땅세의 <걸리버 여행기: ZOOM IN OUT>은 문을 나선 아이가 작아지며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가 렌즈의 프레임처럼 확대되고 축소될 때마다 스케일이 달라지는 무대 장치와 조명 효과는 관객들의 시각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내가 작아지고 세상이 커지는 입체적인 체감은 관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내었다.
극단 여기, 여기의 <꼬마야, 꼬마야>는 전래놀이와 전통 연희가 무대 위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진 작품이다. 구슬픈 듯 신명나는 리듬이 흐르자 관객들은 다 함께 손뼉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관을 연출했다.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하나 되어 호흡하는 ‘관객 참여형 무대’의 정석이었다.
인형극연구소 인스의 <내 친구 송아지>는 황순원 작가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움직임을 선보인 인형극이다. 소년과 송아지의 가슴 뭉클한 우정이 무대 위에 펼쳐지고, 그 위로 리코더 4중주의 맑고 고운 라이브 선율을 들려줬다. 정교한 인형 조종 기술은 어른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해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4. 국경을 넘어선 만남과 웰컴파티,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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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네트워킹 파티
7월 26일 저녁, 축제의 반환점을 지나 진행된 ‘해외 공연팀을 위한 웰컴파티’는 국경을 넘어 예술로 하나 되는 따뜻한 교류의 장이었다. 대부분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해외 아티스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한국의 선진화된 공연장 시스템과 예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 그리고 안전하고 정갈한 서울의 풍경이 너무나 인상적”이라며 감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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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네트워킹 파티
특히 일정이 늦어 뒤늦게 한국에 입국한 오스트리아 공연팀(<이리저리 팔랑팔랑>)과의 자리에서는 매우 특별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들은 “한국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보여준 깊이 있는 질문과 진심어린 반응,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은 전율이 돋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며 한국 관객들의 수준 높은 관객 수준에 깊은 감동을 표했다. 언어는 서로 달랐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과 마음은 뜨거웠던 예술가들의 밤이었다.
5. 어린이청소년극을 만드는 창작자로서 가슴에 품는 하나의 꿈
8월 2일, 마지막 회차 공연들의 커튼콜이 끝나고 불이 꺼지자 11일간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었던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화려한 폐막식은 없었다. 하지만 총 10편의 작품들이 남긴 여운은 묵직하고 기다란 울림으로 남았다.
축제가 끝나고 평화를 찾은 무대 위에 홀로 서서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창작자이며, 현장에서 공연하는 실연자로서 가슴 깊은 곳에 뜨거운 열망이 요동쳤다.
‘공연장에 더욱 많은 관객이 찾아와 무대 위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공감하는 오늘, 공연장에 멀리 퍼지는 어린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내일.’
유난히 뜨거웠던 2026년 여름,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를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웃음소리는 이제 2027 아시테지 세계총회를 향해 피어날 것이다. 수원과 서울에서 소중하게 채워질 멋진 이야기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